동해 바다를 보며 찾아간 서호책방
김바다 시인
<서호책방>은 어디쯤 있을지, 어떤 분들이 모였을지? 궁금해하며 동해행 KTX에 올랐다. 동해까지 KTX가 가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동해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2시간이 넘는 여행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동진이 가까워지자 나타나는 동해 바다! 네 번 만나는 바다는 매번 다른 얼굴로 나를 반겼다. 흐린 날의 바다는 안개를 잔뜩 껴안아 자신을 감추고 일부만 보여 주고, 맑은 날의 바다는 파란 얼굴을 하고는 바다 밑까지 환히 보여 주었다.
도시에서 쌓인 먼지 찌꺼기를 바다에 쏟아내고 도착한 서호책방, 자그마한 책방이지만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 같았다. 가까이 사는 분들이 모여 책읽기 모임을 하고, 책으로 다른 분들과 연결되는 공간이었다.
열 분이 모여 동시 쓰는 시간, 동시를 어떻게 쓸지 막연한 불안을 안은 채 앉아 계셨다. 먼저 제 소개를 하고 서호책방에 올 때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참석자들의 소개와 서호책방에 올 때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들었다. 일종의 마음 열기로 시작한 셈이다. 참석한 분들은 4주의 동화 쓰기를 함께 하셨기에 어느 정도 친해진 사이였다.
준비해 간 프린트물로 <나의 이야기를 너에게 쓰다> 사업의 목적과 동시로 쓰면 어떤 점이 좋은지도 함께 읽었다. 그리고 제 동시집 『소똥 경단이 최고야!』에 실린 동시와 다른 시인들의 동시를 보기 동시로 돌아가며 읽는 시간을 가졌다. 동시를 소리 내어 읽으면 감동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고, 재미가 있으면 바로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주차가 끝나고 밴드를 만들기로 하고, 쓴 동시를 올리면 제가 피드백을 해주기로 했다. 자신이 쓴 글을 모두가 보는 공간에 올린다는 게 꺼려진다고 했지만 차츰 다른 분이 올린 동시를 읽으며 서로 위안을 하며 올렸다.
2주차에는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게 하고, 글로 쓰고, 다시 동시로 바꾸어 쓰기를 해서 한 편의 동시로 완성했다. 한 편의 동시를 완성한 뒤에 뿌듯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3주차에 동해 서호책방으로 가는 동해의 바다색이 파란색으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아, 좋다 좋아!”를 연신 외치며 바다가 연출하는 풍경에 빠져들었다. 파도도 잠시 쉬는 중인지 물결이 잔잔해서 바다 밑이 훤히 드러나 보였다.
파란 마음을 갖고 시작하는 동시 합평 시간! 밴드를 열고 올라온 동시를 다른 참석자가 읽고 동시를 쓴 참석자는 들으며 객관화하게 했다. 동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주고 받는 시간이 이리 즐거울 수가 있을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다양한 이야기가 다양한 형식의 동시가 되어 우리 모두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날씨가 좋아 푸르디 푸른 동해 바다처럼 희망찬 에너지가 넘친 시간이었다. 마치며 마음 나누기 시간에는 또 다른 나와 만나는 힐링의 시간이라고 좋아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드디어 마지막 시간 4주차, 아쉬움이 남으며 처음 먼 길을 다녀야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여행 느낌도 나고, 바다를 보며 서호책방 가는 게 즐거웠다. 참석한 분들이 동시 쓰기를 재미있어하고,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고, 동시로 쓰는 작업이 행복한 시간이 된 것 같아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4주간 동시 쓰기를 하고 나니, 동시 몇 편도 탄생하고 알찬 느낌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동시를 써서 밴드에 올리라고 부탁했다. 글쓰기 모임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말했다. 이렇게 낯선 공간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과 만남이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추억 한 자락으로 쌓였다.
좋은 기억이든 아픈 기억이든 가슴속에서 잠자고 있던 씨앗이 동시로 꽃을 피운 시간! 소재가 재미있고, 슬프고, 아슬아슬하고 짠한 이야기라 그런지 완성된 동시에서도 감동이 흐른다. 책방에 모여 책읽기 모임도 하고, 동시 쓰기도 한다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공기도 좋고 살기 편한 도시 동해, 함께 동시 쓰던 아름다운 분들이 금방 그리워질 것 같다.
김바다
2000년 『어린이문학』추천과 『아동문학평론』신인상으로 등단했습니다. 출간한 책으로 동시집 『수달을 평화대사로 임명합니다』, 『로봇 동생』, 『수리수리 요술 텃밭』, 『소똥 경단이 최고야!』, 『안녕 남극!』, 창작동화 『돈돈왕국의 비밀』, 『꽃제비』, 그림책 『이우 왕자』, 『평화통신사 야스쿠니에 가다』, 인물이야기 『독립군이 된 부자들』, 『오선지 위에 평화를 그리다』 등이 있습니다. 제8회 서덕출문학상 수상, 2015년 5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동시 「곤충 친구들에게」가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