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두루미책방 – 작가와 함께하는 행BOOK학교 2기(시 쓰기 반 | 최지인 시인)


서점의 미래, 두루미책방 – 최지인 시인

작가와 함께하는 행북학교 2기 후기 | 시 쓰기 반 | 서점 : 충남 두루미책방 | 강사 : 최지인 시인

매주 수요일마다 충남 금산에 있는 두루미책방에 갔습니다. 자가용과 케이티엑스, 그리고 렌터카를 이용해 왕복 500킬로미터를 오갔습니다. 첫날에 폭우가 쏟아져 역으로 가는 길이 막혔습니다. 몇 개의 신호를 어기고 겨우 역 주차장에 차를 댔습니다. 주차장에서 플랫폼까지 허겁지겁 달렸습니다. 닫힌 열차 문을 두드리며 문이 열리길 기다렸습니다. 겨우 열차에 몸을 싣고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파주에서 행신역까지는 자가용을 이용해서, 행신역에서 대전역까지는 케이티엑스를 타고, 대전역에서 렌터카를 끌고 두루미책방으로 갔습니다. 현대·기아 자동차들을 종류별로 타며 나름 리뷰를 하는 취미도 생겼습니다.

두루미책방은 금산군 남이면 희망귀농귀촌센터 건물에 세 들어 있습니다. 책방을 운영하는 조혁민 대표는 금산간디학교를 졸업하고 금산에 터를 잡았습니다. 금산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서로 시간을 나눠 책방을 관리합니다. 커피나 음료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서가는 독립출판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문학, 그림책 등 다양한 책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금산에는 청년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청년 공동체가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책방은 그 공동체를 기반으로 문화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운영합니다. 서점이 커뮤니티의 거점이 되어 구성원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습니다.

책방은 그 공동체를 기반으로 문화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운영하고,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이 된다.

저는 모임 시작 한 시간 전쯤 서점에 도착하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청년 활동가들이 모여 새로운 활동이나 사업 등을 도모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사람과 문화가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청년 중심으로 운영되는 서점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소리 내어 함께 읽기’라는 이름으로 여덟 권의 시집을 참여자들과 읽었습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출간된 첫 시집들을 선정했습니다. 유병록, 박소란, 백은선, 안미옥, 신철규, 배수연, 양안다, 최백규 등 젊은 시인들의 시편을 소리 내어 읽으며 생각과 감정을 나눴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지난주의 시’입니다. 올해, 이번 여름, 저번 주 등 지난날에 가장 인상 깊었던 일들을 서로에게 나누는 시간입니다. 언어화된 시를 읽는 것도 의미 있지만, 각자의 일상에서 만난 시적인 순간을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커뮤니티가 더욱더 깊어졌고 시에 대한 편견도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시를 쓰는 참여자들이 생겨났습니다.

참여자들의 나이대는 이십 대 초반에서 삼십 대 초반이었습니다. 또래 청년들과 시를 매개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길고 긴 여정이지만 수요일이 기다려졌습니다. 참여자 대부분은 학창 시절에 책을 묶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시, 소설, 에세이, 만화 등 분야도 다양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참여자들이 쓴 책들을 읽곤 했습니다. 그 덕분에 참여자들과 깊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모두가 소리 내어 함께 읽은 약속문이 있습니다. 이 약속문은 고양시 독립서점 ‘너의 작업실’에서 연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가 알게 된 것입니다. ‘갓길: 같이 걷는 길’의 평등 약속문을 바탕으로 작성한 약속문을 제가 조금 수정하여 모임 때 활용했습니다.
 
△ 모임 약속문
1. 우리 모두는 ‘지금, 여기’를 안전하고 평등하며 민주적인 시공간으로 만들 책임이 있습니다.
2. 우리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상호 동의 없이 반말하지 않습니다.
3. 우리는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을 존중하고, 겉모습으로 상대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4. 우리는 연령, 성별,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장애 여부, 용모 등 신체조건, 병력, 혼인 여부, 가족 관계, 국적, 민족, 피부색, 출신 지역, 학력, 학벌, 직업, 재산,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으며 상호 평등한 관계를 지향합니다.
5.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기다리며 쉽게 말을 끊거나 단정 짓지 않습니다.
6. 우리는 위와 같은 약속이 언제든 깨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임을 다짐하며, 모든 활동과 행사에서 이 약속문을 숙지합니다
.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람들과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려는 마음이 참 좋았다.

이 모임 약속문 덕택에 수월하게 모임을 이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시를 매개로 전쟁, 팬데믹, 기후 위기 등 오늘날 당면한 문제에 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눴습니다. 특히 청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두루미책방은 이미 이러한 네트워크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었습니다. 책방을 찾는 이들과 협력하고 연대하여 새로운 흐름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람들과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려는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두루미책방의 문화 활동은 지역과 청년들을 건강하고 윤택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제게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책방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모임 마지막 날, 참여자들은 각자 초대한 지인들 앞에서 자기가 쓴 글을 낭독했습니다. 문학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순간이었습니다. 나무, 도연, 마고, 쌀, 야옹, 해주, 혁민, 현성 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따듯한 마음 덕분에 이번 여름을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최지인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제10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창작동인 ‘뿔’과 창작집단 ‘unlook’에서 활동 중이다.
시집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동인 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를 펴냈다.

두루미책방

두루미책방은 충남 금산군 남이면에 위치한 작은 동네책방입니다.
지역에 좋은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며 책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 문화 활동을 기획합니다.
지속가능한 지역살이의 실험의장이자, 사람과 사람사이를 모으고 잇고 엮는 소통의 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