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책방 펨(femm) – 작가와 함께하는 행BOOK학교 2기(소설 쓰기 반 | 장성욱 소설가)


간판의 무게 – 장성욱 소설가

작가와 함께하는 행북학교 2기 후기 | 소설 쓰기 반 | 서점 : 책방 펨 | 강사 : 장성욱 소설가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책방 이름을 듣고 긴장을 한 게 사실이다. ‘펨’이라는 책방 이름에서부터 특정한 사상운동을 하는 분들이 주가 되는 곳임을 알 수 있었으니까. 나는 기본적으로 특정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사상에 갇혀 지나치게 편협하거나 혹은 내가 무심코 흘린 말이나 행동이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수업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매주 특정한 일정이 생기면 저절로 루틴이 만들어질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일단 승낙을 한 나를 불안하게 만든 건 내가 책방 측에 커리큘럼을 전하기도 전에 신청 인원이 열 명이 넘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이제 단편집이 한 권 나온, 아무리 관대하게 말해도 이름값만으로는 그 정도의 인원을 모을 수 있는 작가는 아니다. 그런데 커리큘럼을 오픈하기도 전에 신청을 한 사람이 그만큼이나 된다니, 영문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행북학교 측에서는 작가들의 첫 소설집과 등단작에 대한 강독수업과 합평수업을 병행해서 진행해주기를 원했고, 작품을 선정하는 일부터 애를 먹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여성주의 성향이 강한 작품들을 위주로 골라볼까 고민을 하며 몇몇 작품들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 결국 주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가장 도움이 된 건 어설프게 아는 것 말고 잘 아는 걸 준비하라는 조언이었다. 어차피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거기에는 너보다 여성주의에 대해 더 많이 아는 분들이 오실 거라는 얘기였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되었고, 2000년대 이후 한국 소설의 흐름을 짚을 수 있는 등단작이나 첫 소설집을 위주로 작품들을 선정할 수가 있었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책방 이름을 듣고 긴장을 한 게 사실이다.

본격적으로 커리큘럼을 책방과 공유를 하며 강의 일정에 관해 이런저런 사항들을 맞춰 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책방에서도 내가 준비한 커리큘럼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 가본 서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작은 책방들보다는 규모가 컸다. 그리고 지하에 있어서 수강생들이 강의에 더 집중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더해서 책방 ‘펨’의 스태프들은 내가 일해 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일을 잘하는 축에 속했다. 먼저 말을 하기도 전에 내가 불편할 수 있는 사항들을 체크해서 처리해줬으며,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 두 번 말하지 않아도 바로바로 준비가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쾌적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과한 친절이나 부담스러운 환대가 아니라 정확하게 선을 지킨 대단히 정중한 호의 같은 느낌이랄까. 그들은 자신들이 일을 잘하지 못했을 때 어떤 욕을 먹을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더 세심하게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상을 간판에 내걸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짊어진 무게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일을 하는 작가가 있다면 적극 추천을 할 생각이다.

어떤 사상을 간판에 내걸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짊어진 무게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강의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었다. 무료강의인 걸 감안하면 10주나 되는 시간은 뒤로 갈수록 학생들의 참여도가 떨어지게 된다. 내가 맡은 강의도 처음에는 열 명이 넘는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뒤로 갈수록 사람이 줄어 비가 오거나 하는 날에는 수강생이 두 명 밖에 오지 않는 날도 있었다. 물론 내 강의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무료강의의 특성상 빠진다고 해서 금전적 손해가 있거나 페널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숙제를 하지 않거나 그날 텍스트를 읽지 않으면 그대로 빠졌다가 영영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돈을 받지 않는 이상은 뾰족한 대책은 없을 거라고 생각된다.

제안을 드리고 싶은 건 강의의 횟수를 줄여서 두 번으로 나누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책방마다 5주짜리 프로그램을 두 번 진행하는 걸로 편성을 해서 작가들이 같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책방을 짧게 순회하는 식으로 한다면 뒤로 갈수록 떨어지는 참여율도 어느 정도 만회를 할 수가 있고, 독자들 역시도 더 많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장성욱

2015 <조선일보> 신춘문예 「수족관」으로 등단. 2018 대산창작기금 수혜.
『꽃을 보면 멈추자』 출간, 단편집 『화해의 몸짓』 출간

책방 펨(femm)

책방펨은 자율적이고 평등한 수평적 네트워크로, 소통과 연대를 통해 민주적이고 대안적인 삶인 새로운 페미니스트 정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페미니즘은 세상의 모든것와 닿아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All that feminism을 기치로 페미니즘 서적 뿐만 아니라, 소설, 사회과학,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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