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조현병을 ‘조현’하다 – 튜닝포인트


책과 함께 조현병을 ‘조현하다’ – 튜닝포인트

    2022년 청년 책의 해 <청년이 만들어가는 독서문화 프로젝트>의 참여팀, ‘튜닝포인트’를 소개합니다. ‘튜닝포인트’는 조현병 당사자 청년들과 함께 책을 읽고 씀으로써, 공감을 통한 내적치유를 이끌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토요일 서울 봉천동의 한 카페에서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질문자 : 안녕하세요~  오늘 ‘튜닝포인트’ 팀원 세 분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하려 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민정 : 저는 행정 및 회계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물품 구매나 영수증 철 등, 돈과 관련된 업무를 꼼꼼하게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다른 두 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역할이랍니다. 아 그리고 리액션도 담당하고 있네요. (ㅋㅋㅋ)
     
    ?안송미 : 안녕하세요. 저는 조현병 환자이자 저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놓는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그림/사진을 좋아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끄적이는 글들을 모아 책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책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박소미 : 안녕하세요? 저는 박소미 심리치료사입니다. 현재 조현병 환우와 가족분들, 또 청년(청소년)을 주로 상담하는 심리치료사로 활동 중입니다. 조현병 언니들을 위한 튜닝포인트(Tuning Point) 무료 집단상담이 확장되어 다양한 조현병 환우들과 책을 쓰는 활동을 하게 되었네요. 프로젝트에서는 조현병 독서 집단상담을 위한 심리치료사로, 또 팀의 전반적 사항을 총괄하는 리더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튜닝포인트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팀원 회의

    전체 인구의 100명 중 1명 … 조현병에 대한 인식 개선 위해 프로젝트 참여


    ❓질문자 : ‘조현병’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서 그리 생소한 단어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조현병이 정확히 어떤 질환인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조현병과 책을 잇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셨을까요?

    ?안송미: 사람이 커피 한 잔하면서 책 한 권도 읽을 여유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이런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했었어요. 책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하다 보니, 혼자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더 폭 넓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병을 가진 사람들과 병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고, 삶을 더 풍부하게 살아가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둔마된 정서를 더욱 말랑말랑하고 새로운 사람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면 ㅡ 조현병에 대한 시선도 더욱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품으며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평소에 책 읽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데, 책을 읽고 이야기하면서 저의 둔감한 정서를 많이 극복했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많이 나누고 싶었어요!
     
    ?박소미: 그동안 워크북을 활용한 무료 조현병 집단상담을 실시하며, 조현병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출판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독서문화 프로젝트의 공고를 확인하게 되었지요. 저는 이번 기회가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들, 정신질환의 골든타임에 놓여 있는 청년들과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가득한 세상에 희망을 조율하는 일이라 확신했어요. 그래서 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전체 인구의 100명 중 1명이 조현병 환우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여기에 조현병 당사자 가족들까지 합하면, 우리나라 인구의 200만명 이상이 조현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실정이에요. 조현병은 80% 이상이 청년(청소년)기에 발병하는 고위험 정신질환이기에 청년들을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필수적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조현병 당사자들은 증상완화를 위한 약물치료만을 받고 있어요. 그렇기에 둔마된 정서, 무욕과 같은 음성증상과 대인관계 어려움은 제대로 다루어지고 있지 않아요. 이에 튜닝포인트에서는 독서 집단상담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폭넓게 이해하고, 감정표현능력과 공감능력을 향상시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해요. 이와 함께 골든타임에 놓인 수많은 청년들이 저희의 글을 통해 고위험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정신질환이 가진 잘못된 편견을 풀어내고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민정: 집단상담에 관심이 많아서 항상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는 집단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도 아니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바람으로만 남아 있었죠. 대학생 때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저에게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했는데, 마침 조현병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 집단상담이었어요.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 조현병으로 인해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 프로젝트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고, 꼭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질문자 : 생각보다 조현병 당사자들이 많군요. 조현병은 어떤 병인가요? 짧게 정리해주신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민정: 박소미님이 말해준 ‘조현병’ 단어의 뜻이 기억에 남아요. 조현병은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했지요. 어릴 때 바이올린을 연주했었는데, 아주 섬세하고 아름다운 악기라 덤벙대는 저로서는 음정을 정확하게 맞출 수가 없었어요. 섬세하고 예술적인, 연주하기 참으로 어려운 병이 아닐까 싶어요. 그것을 조율해내고 있는 조현병 당사자들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안송미: 조현병은 뇌질환이면서 마음의 질환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치료를 통해 꼭 나아질 수 있고 주변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소미: 조현병의 ‘조현’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의미에요. 저는 현악기처럼 조현병 당사자들도 잘 조율(tuning)되어 세상 가운데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조현병 당사자들을 그저 무서운 사람들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들도 세상에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희망의 사람들이랍니다.

    본격적인 독서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모습. 프로그램 참여자는 모두 닉네임을 사용한다.

    책을 통해 ‘상처 입은 자’에서 ‘상처 입은 치유자’로


    ❓질문자 : 책을 읽고, 쓰고, 다른 사람과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조현병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세요?

    ?박소미: 책과 글쓰기에는 힘이 있어요. 책이라는 좋은 도구를 활용한 집단상담은 조현병 당사자들이 지닌 주된 특성인 둔마된 정서를 깨워 낸답니다. ‘둔마된 정서’라는 건 기쁨의 정서도, 슬픔의 정소도 점점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요, 자신의 정서를 느끼는 폭이 점점 좁아짐에 따라 타인의 정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책 속 인물에게 깊이 이입하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공감하기도 하지요. 거기에 책을 쓰는 작업이 더해져, 상처 입은 자에서 이제는 ‘상처 입은 치유자’로 설 수 있는 장이 마련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책과 글쓰기라는 도구를 활용한 집단상담이 조현병 당사자들에게 치료를 넘어선 회복의 장을 마련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민정: 조현병 당사자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은 악기의 줄을 고르듯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균형을 맞추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개인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고 나아가 바람직한 사회가 만들어지겠지요. 이를 위해서는 정말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이번에 택한 독서와 집단상담을 통해서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지 기대가 많이 됩니다.
     
    ❓질문자 :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안송미: 마음이 악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모여 아픔을 치유하는 방향을 만들어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병이 더 악화되지 않게 서로를 존중하며, 다른 독서모임보다도 더욱 더 신경 써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차분하고, 예의바른 말투와 의견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이야기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실제로 그렇게 하기위해서 다른 독서모임도 많이 참여해보고 말하는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박소미: 조현병의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의미이지요. 그러한 조현의 의미처럼 조현병 당사자들이 섬세한 현악기와 닮아있다고 느낄 때가 참 많이 있어요. 저는 조현병 당사자들과 만날 때면, 제 영혼이 그들과 마주 앉아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때마다 그들의 섬세하고 순수한 영혼이 그대로 느껴진답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을 만나기 전이면 저의 내면을 먼저 가다듬어요. 우선 저의 내면을 아름답게 조율하는 것이지요. 제가 당사자들을 느끼듯, 그들도 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먼저 제 마음 속의 줄을 조율하여 그들이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요. 그 조율된,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자신의 마음의 줄도 조율할 수 있도록.. 그래서 상담에 앞서 여러 부분을 신경 쓸 수 있겠지만, 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제 마음의 줄을 아름답게 고르는 것이에요.


    ❓질문자 : 끝으로, 이 프로젝트에서 기대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민정 : 대학생 때 북 클럽 활동을 했었습니다. 모임에서 책을 함께 읽고 나누며 힘을 많이 얻었던 기억이 있어요. 독서의 힘, 공동체의 힘을 믿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저와 우리 모두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안송미 : 부담 없이 멤버들과 소통하며 말랑말랑한 책을 만들어내며,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도 공유하고 재미있게 꾸준히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까지 진행하게 되었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세상에 이로운 책을 만들고 싶어요.
     
    ?박소미 : 조현병 당사자들과 함께서는 기쁨을 맛보고 싶어요. 그리고 ‘함께’ 서있는 저희의 모습을 통해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고, 새 희망을 품게 되기를 소망해요. ‘상처 입은 자’에서 ‘상처 입은 치유자’로 설 저희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

    튜닝포인트 프로젝트 리더 박소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