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책방_연 책방 – 이태형 소설가


시골 책방_연 책방 – 이태형 소설가

여기, 책방이 있다. 인구 6만이 조금 넘는 중소도시 시내의 가장자리, 대학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대학로가 시작되는 곳. 오래전 시간이 멈춰버린. 어쩌면 극적인 변화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듯한 골목. 거기에 책방이 있다. 책, 독서 그리고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우연히 앞을 지나다 책방 문을 열면 좋겠다.

지식보다는 이해를 위해. 잘난 척이 아닌 알기 위해. 지금 여기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위해 여기 책방이 있다.

 
시골의 정의는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 주로 도시보다 인구수가 적고 인공적인 개발이 덜 돼 자연을 접하기가 쉬운 곳을 이른다.’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시골이 어떠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기보다는 도시라는 개념이 있고 상대적 기준으로 시골이 있는 느낌이다. 도시의 정의도 모호하다. ‘일정한 지역의 정치ㆍ경제ㆍ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이 기준에 따르자면 일정한 지역에 대한 각자의 인식의 범위에 따라 도시가 결정될 것이다. 한국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도시는 서울에서 수도권을 포함하여 거대한 광역권을 말한다.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각 지역에 위치한 광역시까지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조금 모호하지만 각 지역 광역시가 있다.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 이후 중소도시라는 개념도 생겼다. 최소 인구 5만에서 30만 또는 100만 까지도 중소도시로 불린다 하니 이 범위는 어떤 기준이 되기에 너무 넓다. 하지만 사전적 정의대로라면 같은 삼척에 살아도 읍면 단위 산골에 사는 아이는 삼척 시내를 도시라 생각할 것이다.

삼척은 현재 규모에 비해 오래된 역사를 지닌 곳이다. 이미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다하며 삼국시대 이전부터 실직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2천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땅이 이제는 전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중소도시가 되었다.
 

이런 곳에서 서점, 그것도 교과서나 참고서가 아닌 문화 모임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작은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꼭 ‘연 책방’만이 아니라도 전국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작은 도시, 또는 마을에 이러한 뜻을 가지고 운영하는 서점들이 종종 있다.

단지 장사라고만 생각한다면, 남들이 보기에 무모하기도 하고 어쩌면 세상 물정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사업이다. 하지만 우리들 어쩌면 모두 알고 있다. 이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의 강한 의식과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슬프게도 모두 물을 것이다. 돈은 많이 벌리냐, 가 아니라. 먹고 살 수는 있냐고. 단지 오해일 수도 있다.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명체는 무엇이라도 먹어야 하고, 생명체가 아니라도 연료가 필요하다.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 그리고 서점이라는 공간 그리고 그 안의 물건들 모두.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도 비용이 필요한 게 세상을 버틴다는 것이다.
 
서점의 자세한 상황도 모르면서 지레짐작으로 안타까운 이야기를 했음에 사과드린다.

이는 단지 연책방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에 뜻을 가진 비슷한 규모의 서점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은 모두 조금씩 다른 철학과 방향성 그리고 이상향을 꿈꾸며 운영하지만, 아주 극소수의 수완이 좋은 곳을 뺀다면.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연 책방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분명 능력이 있는 책방이다. 대부분의 지방소도시들이 그러한 것처럼 문화 불모지라 볼 수 있는 곳에서 오로지 독서를 통한 공간을 만들고 운영한다는 것은 놀라우면서도 존경할만한 일이다.

 
우리가 진행한 행BOOK학교 또한 그러하다.

삼척과는 비교할 수 없이 지역에서 꽤 큰 도시에도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는 수도권과 비교하자면 규모 면에서 부족할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허나 반대쪽 의견으로는 문화 행사를 운영하려고 해도 사람을 모으기가 너무 힘들다는 말도 많이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서울에서도 문화 행사를 하나 하자면 과연 사람을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부터 고민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몇 안 되는 문화행사를 적은 인구의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은 어려우면서도 소중한 일이다.

올해 책의 해 사업은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운영주체마다 청년에 대한 기준이 각기 다르지만 우리는 만 20세에서 39세 사이로 기준을 잡았으며, 추가로 스스로를 청년이라 확신한다면 배제하지 않았다.

행BOOK학교는 삼척의 청년들에게 분명 새로운 시간을 접할 수 있게 했다고 확신한다. 같은 사람이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하여도 공간이 주는 힘이라는 것이 있다. 공간은 마치 배경음악처럼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연 책방. 삼척 대학로의 시작 지점. 시가지의 끝에 위치한. 작은 건물, 에서 사람들이 모인다. 여러분은 시내의 끝을 상상할 수 있는가. 어디서부터 시내이고 어디까지가 시내인지 정의할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아니 거의 찾기 힘들다. 하지만 감히 여기서는 말할 수 있다. 이 서점은 삼척 시내의 끝에 위치해 있다고. 끝이라는 것은 반대쪽에서 걸어 왔을 때는 시작이 된다.

연 책방은 삼척 시내의 시작이다. 여기서 삼척, 동해 더 나아가 대전에서도 매주 참여한 청년이 있다. 다양한 청년들이 모여 한 계절을 보낸 곳, 언덕 하나만 넘으면 바다가 나오는 곳. 여기서 쓴 글들이 아니 여기서 모여 소설을 썼다는 기억이, 아주 오랫동안 남아, 각자 의미를 지닐 수 있길 바란다.

이태형

소설가. 탄광촌에서 태어났다. 고양이 두 마리와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그랑기뇰』이 있다.

연 책방

연 책방은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서점입니다. 작은 공간이기 때문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책은 아무래도 책방 주인의 관심사와 취향을 담고 있습니다. 독립출판물을 포함하여 책을 통해 위로받고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50인의 책방’ 프로젝트를 통해 책을 좋아하시는 다양한 분들의 인생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