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북돋움 – 일상에 지친 나에게 휴식이 필요해 (29번째 사연)
마음을 힐링해 줄 인생책이 필요할 때 – 예진(가명)님의 사연
※큐레이션 주제 : 여기가 띵작 맛집이에요(문학)
Q : 안녕하세요, 대학교에서도 가장 악명높다는 “사망년”을 아주 혹독하게 겪고 있는 간호학과 3학년 예진입니다. 3학년이 되어 실습을 시작하면서, 병원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하루를 보내다 강의를 듣는 시기가 오면 밀려오는 강의 파도에 밀려 허우적대며 겨우겨우 시험을 치루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어요. 방학이 되어도 토익 공부해야 하고, 자격증도 준비해야 해서 여전히 바쁠 걸 생각하니 더 암담한 기분입니다…
이런 저의 유일한 숨쉴 틈은 소설책을 읽는 건데, 조급한 마음과 빠른 걸음이 일상이 되어 그런지 느긋하게 책장을 둘러보며 책을 고르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요. 이런 저에게 소설로나마 여유롭고 따스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줄 선물같은 책이 필요해요!
A : 언제부터 사망년이 되었을까요. 지독하게 앓는 사망년이 되어버린 현실이 서글퍼지기도 하죠. 앞이 보이질 않아 더 그럴 수 있어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버린 현실에 하루하루 견디는게 더 힘들게 하죠. 그래도 일상에 지친 자신에게 휴식같은 쉼이 필요해요. 한 번쯤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꺼리를 가지고 카페에서 종일 즐기다 오세요. 그 쉼이, 그 힘이 당신의 일상을 위로하고 응원할거예요. 한 줄의 글귀가 당신의 마음을 울릴 수도 있어요.
짠내 나는 일상, 시시콜콜하게 펼져진 생활, 시덥잖은 농담으로 둘러 쌓인 하루가 가고 다시 반복되는 삶 속에서 커피 한잔이 그리울까. 강의에 허우덕대다, 여전히 빠쁠 하루 때문에, 고된 실습 때문에 늘 술 마실 핑계는 충분한데…. 시간은?
일단 팍팍한 하루를 지낸 당신을 위해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위로를.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얘기지만, 나는 내가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 내게는 남다른 재능이 있지만 그 남다른 재능은 살아 있는 동안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끈질긴 불운과 가난에 시달리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세상을 떠날 줄 알았다. 이를테면 반 고흐처럼 이번 생은 글러먹었다고 생각했다. 내 책은 (내 입으로 이런 얘기 좀 그렇지만) 정말 재밌는데 더럽게 안 팔리는 것도 운명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눈떠보니 고흐와 달리 웬 여자와 결혼도 했고, 애도 하나 있는 것이다. (…) 참 이상한 일이다. 웬 여자와 하루가 멀다 하고 부지런히 술을 마셨을 뿐인데 말이다. 지금도 가만히 눈을 감으면 그 웬 여자와 다정하게 귓속말을 속삭이던 어느 겨울 술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시절이 그립다는 얘기가 아니라, 먹고사느라 숨 가쁜 지금이 이따금 낯설다는 얘기다.”
– 권용득,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중에서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한 인간의 내밀한 이야기를 엿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젊은 날의 쓸쓸한 사랑이야기와 광기의 기록이자 삶의 근원을 찾아가는 영혼의 여정이라는 말처럼 이상한 열정과 꿈, 눈물, 그리고 절망의 다정함으로 당신에게 다가올 거예요.
“내가 처해 있던 정신 상태가 그저 사랑의 추억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교만이다. 무심결에나마, 나는 어리석게 탕진해버린 삶에 대한 보다 중대한 회한을 사랑의 추억으로 치장하고 있었다는 편이 옳을 터이니, 내 지나간 삶에서는 자주 악이 승리했고, 나는 불행의 타격들을 느끼고서야 비로소 과오들을 인정했던 것이다.”
-제라르 드 네르발, <실비/오렐리아> 중에서
삶이 참혹할수록 노래는 더 높고 곱게 빛난대요. 여기 750년전 세 친구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가 있어요. “바위처럼 단단하고 나무처럼 싱싱한 꿈을 지녔으되 사랑을 잃고는 단 한 발자국도 내딛기 어려웠던 청춘들. 엇갈리고 부딪히고 피 흘리면서도 정직하게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낸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아요.
“노래들도 흩어지고 사라져요. 노래를 만든 작곡인(作曲人)도, 그 노래를 부른 가인(歌人)도, 노래를 연주한 악공(樂工)도,노래에 맞춰 춤춘 무인(舞人)도 저마다의 인생을 살다 죽습니다. 그들이 흙으로 돌아갈 때 많은 노래도 함께 영원히 멈췄어요. 하지만 아주 적은 수의 노래는 만들고 부르고 연주하고 춤추던 이들이 사라진 뒤에도 살아남아 널리널리 불려요.”
– 선유(김탁환), <가시리> 중에서
어릴적 추리소설에 흠뻑 빠진 적이 있었죠. 현실이 아닌 가상의 공간 혹은 현실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미스테리가 숨을 쉬게 했는지도 몰라요. 레이먼드 챈들러는 홀로 비열하지도 때묻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 남자는 이 비열한 거리를 걸어가야만 한다고 말해요. 독특한 문제로 그려낸 매혹적인 어둠의 세계로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미 죽어버린 마당에 어디 묻힌들 무슨 상관일까? 더러운 물웅덩이면 어떻고 높은 언덕의 대리석 탑이면 또 어떠랴? 죽은 사람은 깊은 잠에 빠졌으니 어느 쪽이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기름이든 물이든 바람이나 공기와 다를 바 없다. 얼마나 부당하게 죽었건 어디에 버려졌건 아랑곳하지 않고 깊은 잠을 잘 뿐이다.”
– 레이먼드 첸들러, <빅슬립> 중에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 한가운데 작은 구명보트 위, 거대한 뱅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남겨진 열여섯 살 소년 파이는 생각하죠 “난 죽게 될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인딩으로 끝나는 이야기. 우리의 인생이 이야기라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선택할까요? 호랑이 보단 어둠이, 어둠보단 절망이 더욱 두려웠던 열여섯살 소년의 희망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세요.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요?”
– 얀 마텔, <파이 이야기> 중에서
영원히 찾아올 것 같지 않던 일상이 어느 순간 우리 곁으로 왔듯이 여기 온전한 일상을 꿈꾸는 일곱 편의 싱그러운 이야기가 있어요. 일상으로 한 걸음 나아가 그들의 희망이 어쩌면 우리의 희망이 될 수도 있어요. 일상의 여유로움을 조금이라도 찾기를…
“나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 주저하고 망설이면서도 어쨌든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
– <2022 제13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김혜진 작가노트 중에서
내가 아닌 모두를 위한 세상은 어떨까요. 모든 생명이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미래는 좀 더 여유롭지 않을까요?
“아저씨는 학생들이 왜 왕따를 만드는지 아세요?”
“생각해 본 적이 없구나.”
“두려움 때문이에요. 언제 순위가 떨어질지 모르니까, 절대적인 약자를 만들어 자신을 위로하는 거죠.”
– 최진영 외 ‘숨쉬는 소설’ 중에서
어느 날 하늘을 한 번 바라보세요. 그리고 숨을 크게 내쉬고 ‘참 고생했어, 잘 하고 있는거야.’하고 당신에게 위로의 말을 할 수 있는 쉼이 있는 삶을 응원할게요.
순번 | 제목 | 지은이 |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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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 권용득 | 드렁큰에디터 |
2 | 실비/오렐리아 | 제라르 드 네르발 | 문학과지성사 |
3 | 가시리 | 선유 | 책세상 |
4 | 빅슬립 | 레이먼드 챈들러 | 북하우스 |
5 |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 작가정신 |
6 |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임솔아 외 | 문학동네 |
7 | 숨 쉬는 소설 | 최진영 외 | 창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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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책방 서성이다
가장 섬세하게 인간의 삶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문학이다. 작가 조정래는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학이 다루지 않는 인간의 삶에 대한 영역은 없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품고 있는 문학작품을 통해 이 시대 청년들과 이야기나누고 싶다. 어느 시대보다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아픔과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의 언어를 발견할 수 있도록 문학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섬세한 언어로 만들어진 치유의 감정이 진심으로 가 닿기를 바란다. (전남 순천시 금곡길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