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북돋움 – 고된 하루의 끝 (28번째 사연)
마음을 힐링해 줄 인생책이 필요할 때 – 지석(가명)님의 사연
※큐레이션 주제 : 여기가 띵작 맛집이에요(문학)
Q : 저는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대한민국 해군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인입니다.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해서 서점과 도서관을 많이 갔었는데, 성인이 되고 군인이라는 신분으로 일을 하다보니 독서를 할 시간이 많이 없었어요. 퇴근 이후엔 서점과 도서관이 항상 문이 닫는 시간이라 제 마음 깊이 내재된 독서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특히 저는 문학 장르를 가장 좋아하는데, 책 속 주인공들의 다양한 삶을 바라보면서 공감도 많이 하고 위로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최근에 읽은 책 중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스토너>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제게 위안이 되는 책이었어요. 등장인물이 실존하지 않는 인물일지라도 저에게는 ‘나도 이렇게 살고 있으니, 너도 용기를 잃지 말고 살아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제 마음을 힐링해 줄 책들을, 제 인생책이라고 할 만한 책들을 사막 속 오아시스를 찾는 것처럼 늘 갈구하고 있습니다. 책은 고된 하루 끝에 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아요. 힘들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힘을 낼 수 있도록 책방지기님들께서 책을 골라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A : 때로는 평범함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일상이 비일상이 되는 시절을 거쳐 온 우리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죠.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익숙한 개체이죠. 서로 다른 일상에서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견디어 오는, 그래서 더 소중한 하루가 될 거예요. 다름이 아닌 공동체 공존의 가치가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고 있을 거예요. 고된 하루를 보낸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살아온 삶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 가끔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어요.일년에 두편씩 10년에 걸쳐 쓴 노작가의 삶과 여행의 기록이 당신의 삶을 위로해 줄 거예요. 작가는 ‘생명의 모습이 천변만화하는 단편은 각 에세이 속에 숨겨둘 수 있지 않았나 자부한다.’고 말해요.
“선량한 사람들의 연대, 이것이 지금만큼 요구되는 시대는 없는데도 사람들은 그 방향을 향해 구체적으로 움직이려고는 하지 않는다. 인종이나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 따위와는 상관없이 인간 하나하나가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라는 인간의 안에서만 나오니까. 나라는 인간을 크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이 병은 그 때문에 내내부에서 솟아난 것이다.”
– 미야모토 테루, <생의 실루엣> 중에서
퇴근을 하다 문득 하늘에 비친 노을을 보며 ‘함께 하면 좋겠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문득 혼자 앉아 불어오는 바람에 읽는 시 한편이 당신의 마음에 내려 안는다면, 그건 아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에 있는 한 권의 책이, 한 편의 시가 당신의 마음을 토닥토닥 위로할 거예요.
“특별한 사건이 없더라도 일상에서조차 상처를 피할 길은 없다. 만일 상처로부터 솟구쳐 오르게 하는 ‘용수철’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상처의 ‘화농’ 속에서 괴사할 것이다. 용수철처럼 튕겨 오르는, 솟구쳐 오르는 힘이 없다면 과연 생을 지속할 수 있을까. 그러기에 때로는 뛰어올라야 한다.”
-김경민, <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중에서
한 권의 낯선 책을 들고 밑줄을 그었던 수많은 날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거예요. 그러다 문득 다른 사람은 어디에 밑줄을 그었지, 어떻게 읽었지 하는 생각을 골똘히 하죠. 수많은 기록의 책들 중 나에게 손 내미는 책도 있을 거예요. 그 책을 찾아가는 일은 한 권의 책을 쓰는 일만큼 기쁠 수 있어요.
“표현 자유와 청소년 보호가 등가에 놓일 수 있다니! 개도 웃는다. 그런 유치한 논리가 흑마술처럼 문화 전반을 억누르는 한 한국 문화의 미래는 암담하다. (…) 공식적 통념과는 다른 가치와 의사소통할 방법이 원천봉쇄되고 가치에 대한 다양한 모색이 금지될 때, 문학은 문학으로 가는 길이 막힌다. 그 길 위에서 문학은 스스로 무죄임을 선언해야 할 판이다. 그런 거세된 문학은 예를 들어 국민교육헌장이나 법령집일 수는 있어도 더는 문학이 아니다. 바라건대, 문학을 유죄이게 해다오.”
– 장정일, <이스트를 넣은 빵> 중에서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그리고 다시 아프리카로…..
좀 더 나은 미래와 사랑을 위해 기꺼이 도전하는 청춘들의 초상과 어쩌면 닮아 있을 것 같아요. 시대의 불편함을 말할 줄 알고 아픔에 무한한 공감을 할 수 있는 당신이길 바래요.
“어머, 이 아름다운 여자 좀 봐요.” 그러고는 잡지 속의 평범하게 생긴 모델을 가리켰다. 그 모델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곤 굉장히 까만 피부뿐이었다. “정말 눈부시지 않아요?”
“아뇨, 안 그런데요.” 이페멜루가 잠시 쉬었다 말했다. “있잖아요, 그냥 ‘흑인’이라고 말해도 돼요. 모든 흑인이 다 아름답진 않아요.”
어렸을 때는 부유한 유년기와 외국어 악센트를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들에게도 말로는 표현 않는 갈망, 결코 찾을 수 없는 것을 향한 안타까운 희구가 있음을 깨닫게 됐다.”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아메리카나 1>중에서
만약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땅 위에 절망이란 없을거예요. 가장 어두운 곳, 작고 여린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희망과 믿음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가 있어요. 사람의 눈에 개미들이 힘겹게 옮기는 풀잎은 하찮아 보이지만 개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의 위해담을 믿는대요. 여전히 우리 인간은 한 마리 작은 개미처럼 풀잎을 옮기고…..
“걱정하지 마. 더도 덜도 아니고 더러운 개 한 마리가 세상에있다 한들 그것이 무슨 대단한 짓을 할 수 있겠어?”
조시아는 두 시간 이상을 걸었다. 그녀는 눈 위를 기어가는작고 검은 한 마리 개미가 되어 길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멀리보초병이 보였다.
– 로맹 가리, <유럽의 교육> 중에서
쿠키를 먹는 것처럼 읽을 수 있는 일기를 목적으로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어느날 우리 앞에 펼쳐진 일상의 감동과 환희, 그리고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치유의 문장들이 깊은 울림을 담은 메아리처럼 당신의 가슴 깊은 언저리를 맴돌 거예요.
“건강하시기를.
오랫동안 이 말을 마지막 인사로 써왔다. 불완전하고 모호하고 순진한 데다 공평하지 않은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늘 마음을 담아 썼다. 당신이 내내 건강하기를 바랐다. 지금도 당신의 건강, 그걸 바라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우리가 각자 건강해서, 또 봅시다. 언제고 어디에서든 다시.”
– 황정은, <황정은의 일기> 중에서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당신을 기다리는 일들이 당신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일들이었음 좋겠어요. 힘듦 속에서 버티는 당신의 삶을 응원할게요.
순번 | 제목 | 지은이 | 출판사 |
---|---|---|---|
1 | 생의 실루엣 | 미야모토 테루 | 봄날의책 |
2 | 일기 | 황정은 | 창비 |
3 | 유럽의 교육 | 로맹 가리 | 책세상 |
4 | 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 김경민 | 포르체 |
5 | 아메리카나1,2 | 치아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 민음사 |
6 | 이스트를 넣은 빵 | 장정일 | 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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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책방 서성이다
가장 섬세하게 인간의 삶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문학이다. 작가 조정래는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학이 다루지 않는 인간의 삶에 대한 영역은 없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품고 있는 문학작품을 통해 이 시대 청년들과 이야기나누고 싶다. 어느 시대보다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아픔과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의 언어를 발견할 수 있도록 문학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섬세한 언어로 만들어진 치유의 감정이 진심으로 가 닿기를 바란다. (전남 순천시 금곡길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