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북돋움 – 6월의 사연 (26) 나만의 길, 나만의 속도
다들 열심히 달리는데 저 혼자 터벅터벅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주영(가명)님의 사연
※큐레이션 주제 : 여기가 띵작 맛집이에요(문학)
Q : 안녕하세요. 29살 여자 사람입니다. 벌써 제 나이가 29살이에요. 내년이면 서른이구요. 지금까지 사는 것에 큰 걱정을 하며 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부쩍 늙어버린 부모님을 볼때, 주변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을 때나, 저마다 짝을 만나 결혼을 한다거나, 그런 경우를 한켠에서 보다 보면 혼자만 뒤로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에요. 그렇다고 내 삶을 비관하거나 대단히 좋은 짝을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에 로망이 있는 사람은 아닌데 말이죠.
다들 열심히 달리는데 저 혼자 터벅터벅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지금 달리지 않으면 나만 느리게……. 혼자 남겨질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도착점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만 도착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다른 사람들을 크게 의식하는 타입은 아닌데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자주 하네요. 곧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기에 심란한 마음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같고, 해드린 것도 없는데 늙어버린 부모님을 보면서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그런 것도 같고.
생각이 많아지니 사는 게 지루해요. 그러면서도 이렇게 사는 내가 나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난 이게 좋아요. 그냥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는 것 같아서 서운하고……. 다들 그렇게들 살고 있나요? 저만 괜찮게 사는 것에 이렇게 고민하고 권태를 느끼는지 궁금해요.
A :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속도가 있어요. 그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모습이 커 보일 것이에요. 타인의 속도는 중요하지 않아요. 내 숨에 맞춰 걸어가는 길이 나에게는 커다 힘이 될 거예요.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 삶을 풍요롭게 한다면 그 속도가 옳은 거예요.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도착점은 정해져 있지 않는거 아닌가요? 그 도착점은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그 지점이 보일거예요. 그게 도착점일 수도 있으니 지치지 말고 당신만의 길을 가세요.
모든게 처음일 때가 있어요. 그 땐 늘 설레고 기대감이 많아요. 처음이기에 알아야 할 것들도 많고요. 처음부터 나의 속도로 가지 않는다면 지쳐 그만두기 쉽죠. 인생의 모든게 마찬가지 아닐까요? 인간사회가 지향해야 할 이상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클래식을 나만의 속도로 들어보세요. 작은 소리가 당신을 위로해 줄 거예요.
“이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세상에서 나를 남과 비교하지 않게 하고, 남의 기준에 나를 적용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는 힘을 줍니다. 클래식을 듣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세상의 잣대로부터 벗어나서 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클래식을 듣는 행위는 대단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무기 속에서 우리는 성장합니다.”
– 박종호, <클래식을 처음 듣는 당신에게> 중에서
주변에는 정해진 생애 경로를 따라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 정해진 생애 경로가 편안함이 아닌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어요. 정해지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늘 뒤돌아보죠. 자신이 잘 하고 있는지 하는 의구심에. 그러나 그 길은 애초부터 정해지지 않은 길이기에 비교할 대상이 없어요. 그냥 묵묵히 자신의 속도로 그 길을 걸어가면 돼요.
“진송 : 벌개인의 불안은 결국 사회구조와도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선생님께서는 험난한 ‘결혼지상주의’를 개인의 능력으로 모두 헤치고 오셨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개인의 단호한 결의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특별하지 않아도, 강하지 않아도, 엘리트 여성이 아니어도, 결혼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애순: 별로 무서울 거 없어요. 비혼으로 살면 엄청 좋은데.”
-이진송, 김애순, <하고 싶으면 하는거지 … 비혼> 중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일을 선택하면 수많은 편견을 만나기도 해요. 하지만 그 편견이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 만든 편견도 있어요. 그러나 그 결정이 나에게 보편적이지 않는 삶을 선물해 주기도 해요. 그리고 조금 다르게 사는 것이 결코 불행하거나 나태한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행복할 수도 있어요.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 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남의 시선을 어떻게 이기나요? 저는 이기지 못했어요. 이겼다기보단 견뎠어요. 마음으로 이기고 싶었지만 사실 이기질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신경은 쓰였지만 견뎠던 것 같아요. 아니라고 말한다고 정말 신경 안 쓰이는 게 아니란 걸 여러 번 겪으면서 말이죠. 근데 어떡해? 난 계속하고 싶은걸. 그래서 전 이김보다 견딤을 택했어요.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선택을, 하지만 이기질 못한다면 자신의 판단에 믿음을 가지고 견뎌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어쨌든 결론적으로! 시선 때문에 포기하진 마세요!”
– 김예지, <저 청소일 하는데요> 중에서
살면서 듣게 되는 수많은 질문들, 그리고 늘 따라다니는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에 대한 장황하고 모멸적인 설명을 강요받는 대신 수억 개의 존재가 수억 개의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주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된다면 당신이 누구든 자유롭게 사랑할 용기를 얻고 뚝심있게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모두가, 자신이 누구인지 자꾸 말해주면 좋겠다. 내가 나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느끼려면 내가 정상이라고 느끼는 범주에 포함되는 일보다는 세상에는 수억 개의 존재가 수억 개의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걸 아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 곽민지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중에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굳이 타인에 대한 말걸기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필요한 시간일 수 있어요. 영혼이 없다는 복제인간의 삶도 생명의 존엄성은 있는 거 아닐까요. 다름을 인정하는 그래서 타인의 속도를 평가하지 않는 그런 마음들.
“그런데 우리는 화랑이 진짜로 존재한다고 믿었던 걸까?
이제 나로서는 확신할 수가 없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는 교사들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결코 하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실제로 교사들이 내린 결정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우리 자신에게 부과한 규칙이었던 것 같다.”
–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마> 중에서
“나는 타인이 내 삶에 개입되는 것 못지않게 내가 타인의 삶에 개입되는 것을 번거롭게 여겨왔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그에게 편견을 품게 되었다는 뜻일 터인데 나로서는 내게 편견을 품고 있는 사람의 기대에 따른다는 것이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할 일이란 그가 나와 어떻게 다른지를 빨리 알고 받아들이는 일뿐이다.”
– 은희경, <타인에게 말걸기> 중에서
혼자인 사람들은 늘 많은 질문앞에 놓이게 되죠. 그리고 그 질문에 난감한 대로 적당한 답을 내 놓아야 하기도 하구요. 그러나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죠. “ 왜 혼자나고요, 괜찮아서요.”
“혼자 여행을 한다는 건 나를 보호하고 있는 누군가로부터, 내게 애정을 수혈해주며 쓸쓸하지 않게 해주는 당장 가까운 이로부터, 더군다나 아주 작게 나를 키워냈던 어머니의 뱃속으로부터 가장 멀리, 멀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자신만만히 믿었던 것들을 검은색 매직펜으로 지워내는 일이다. 세상 흔한 것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다.”
– 이병률 ‘혼자가 혼자에게’ 중에서
작가 이병률은 이렇게 말해요. “오늘밤도 시간이 나에게 의미심장하게 말을 건다. 오늘밤도 성장을 하겠냐고 아니면 그저 그냥 지나가겠냐고” 모든 건 당신의 지치지 않는 속도……
순번 | 제목 | 지은이 | 출판사 |
---|---|---|---|
1 | 클래식을 처음 듣는 당신에게 | 박종호 | 풍월당 |
2 |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 | 김애순, 이종순 | 알마 |
3 | 저 청소일 하는데요 | 김예지 | 21세기북스 |
4 |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 곽민지 | 위즈덤하우스 |
5 | 나를 보내지마 | 가시오 이시구로 | 민음사 |
6 | 동네서점 베스트컬렉션 은희경 | 은희경 | 문학동네 |
7 | 혼자가 혼자에게 | 이병률 |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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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책방 서성이다
가장 섬세하게 인간의 삶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문학이다. 작가 조정래는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학이 다루지 않는 인간의 삶에 대한 영역은 없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품고 있는 문학작품을 통해 이 시대 청년들과 이야기나누고 싶다. 어느 시대보다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아픔과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의 언어를 발견할 수 있도록 문학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섬세한 언어로 만들어진 치유의 감정이 진심으로 가 닿기를 바란다. (전남 순천시 금곡길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