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읽고 즐기는 그림책 문화를 만들고자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가 함께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기획해 연재해왔습니다.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라는 이름으로 명장면을 추가로 선정해 소개합니다.
책을 펼치면 양면을 가득 채운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가 나타난다. 물감이 묻어날 듯 푸른 이파리 사이로 짙푸른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열매 하나가 ‘톡!’ 하고 떨어지자 생쥐 한 마리가 잰걸음으로 다가온다. 열매에 고정된 눈과 씩 올라간 입꼬리, 앞을 향해 쫑긋 세운 수염에는 세계를 마주하는 생명 본연의 호기심이 가득하다.
이 작은 보드북은 아기에게 건네는 선물과 같다. 탐스러운 열매는 태양과 땅, 물의 에너지가 응축된 푸른 생명력 그 자체다. 생쥐에 이어 토끼와 코끼리 등 크고 작은 존재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열매를 맞이한다.
압권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작은 애벌레다. 커다란 열매를 욕심내지 않고 제 몫만큼만 조금 갉아먹은 뒤 유유히 지나가는 애벌레를 통해, 작가는 세상의 모든 작은 존재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거대한 생명의 세계가 너를 기쁘게 환대하고 있으니, 그 안에서 그저 너답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이다.
김현빈 책읽는사회문화재단·북스타트코리아 간사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69]
열매가 톡!
김중석 | 사계절(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