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그림책 명장면 13. 우리는 헤쳐나갈 수 있어, 함께니까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서로를 향하고는 환하게 웃는 어린이와 어른. 각자의 침낭에 꼭 싸여 나란히 있는 모습을 투박한 질감과 단순한 선으로 화면 가득하다. 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친밀감에 집중하게 한다. 아빠는 야반도주해 봉고차에서 어린이와 같이 생활하고 있다. 아빠는 다음 달에는 학교를 보내주겠다고 하지만 그 약속은 자꾸 미뤄진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이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어린이는 아빠를 보고 있다. 고단한 삶을 견디는 것을 알고 자신도 잘 지내려 애쓴다.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주는 장면에서는 아빠의 따갑고 거친 손에서 애쓰며 사는 삶의 힘겨움을 무겁게 느낀다. 그래서 아빠가 빚쟁이들한테 쫓겨 숨고 비참해할 때, 아빠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위로한다. 서로의 상처와 고통과 애씀을 바라보며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두 사람은 환하게 웃는다.
전미화 작가는 어린이를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힘든 삶을 함께 헤쳐나가는 존재로서 그린다. 어린이와 어른이 보여주는 깊은 믿음이 독자를 위로한다.
김영미 (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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