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10. 조용한 밤 – 조용했던 지난밤 물을 먹고 갔더랬지


우리 그림책 명장면 10. 조용했던 지난밤 물을 먹고 갔더랬지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물을 마시기 위해 고개를 깊이 숙여야 할 때. 기린이 가장 무방비 상태가 되는 순간이다. 워터홀에 모여든 동물들 사이에 기린은 누구보다 경계하고 긴장하여 쉽게 다가와 물을 먹지 못한다. 그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코끼리는 불청객 하이에나를 쫓아냈고, 기린은 그제야 조심스럽게 다가가 몸을 숙여 물을 마신다.

‘조용한 밤’은 2006년 아프리카 여행 중 작가가 실제로 목도하였던 장면을 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규칙이라도 있는 듯이, 포식자들로부터 서로가 도와주고 있기라도 하는 듯이 크고 작은 동물들이 물을 마시고 가는 그 광경이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고요하게 흐르고 있는 한순간이 담겨 있는 이 책은 더미북으로 만든 지 10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한지를 이용한 페이퍼커팅 작업 방식이나, 가로가 세로보다 두 배는 긴 판형, 위로 넘겨 아래로 읽는 책 넘김 방향 등 많은 부분이 일반적이지 않은 형식의 논픽션 그림책이다. 설명하기보다는 분위기를 보여줄 뿐이어서 동물들의 움직임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공간의 고요함 속에 동물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음이 읽힌다.

심향분 KBBY 사무처장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10

조용한 밤 | 한성민 글, 그림 | 사계절(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