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9. 강냉이 여물기만 기다리던 참인데…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별 총총 푸른 밤을 배경으로 엄마 무릎을 베고 웅크린 아이는 골똘히 생각하고 생각한다. 두고 온 강냉이-옥수수는 어떻게 되었을까? 형이 판 구덩이에 아이가 알갱이 한 알 넣고 엄마가 흙 덮어 심고 가꾸면서 하루하루 지켜보던 참인데, 이제 알차게 여물기만 기다리는 참인데, 그만 전쟁이 나서 다 버려두고 떠났다. 그것은 아이가 잃어버린 모든 ‘좋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밤하늘의 총총한 별은 아이 마음에 돋아나는 눈물이다.
‘멋진 그림보다 진실한 그림’을 탐구해온 김환영 작가는 아크릴 물감을 진하고 거칠게 사용한 선 굵은 그림, 손 글씨로 꾹꾹 눌러쓴 아이의 목소리로 비극의 거울에 비친 평화를 이야기한다. 제 손으로 키우고 가꾼 것 한 줌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이 평화라고.
‘강냉이’는 권정생이 초등학생 때 쓴 시를 사투리 입말 그대로 살리고 김환영이 여러 차례 고쳐 그린 역작으로,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 작가들이 온 세상 사람들의 평화를 기원하며 잇달아 작업한 ‘평화 그림책’이다.
이상희 사회적협동조합 그림책도시 대표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9
강냉이 | 권정생 글, 김환영 그림 | 사계절(초판 2015 / 개정판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