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4.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다던 꽃할머니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꽃할머니’는 한국·중국·일본의 작가들이 함께 참여한 평화그림책 시리즈 첫 권이다. 1927년 경북 칠곡군에서 태어나 열두 살 무렵 언니와 산나물을 캐러 갔다가 일본군에 잡혀 위안부로 끌려간 심달연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장면에서는 폭력에 맞서 항거한 할머니의 곧게 선 자태가 아름답고 우아하게 표현되었다. 평화의 상징으로 제비꽃, 모란꽃, 댕기가 등장하는데 그 중 파란 제비꽃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짓밟힌 할머니의 고향 땅을 의미하는 황토색과 대비를 이룬다. 명암법을 사용하지 않아 꽃잎을 평면으로 눌러 오래 간직한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이 느낌은 꽃을 사랑하며 꽃누르미로 원예작품을 만들던 할머니의 삶과 닮았으며 그가 일생에 걸쳐 밝혀내고자 했던 역사적 진실처럼 명징하다.
“내가 새가 된다면 날아가고 싶다 천 리 만 리”라며 꽃그림에 수를 놓아 소망을 남겼던 심달연 할머니는 끝내 일본의 사죄를 보지 못하고 이 그림책의 헌정식이 있었던 2010년 12월 하늘나라로 떠났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4
꽃할머니 | 권윤덕 글, 그림 | 사계절(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