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북돋움 – 6월의 사연 (27) 빛으로 걸어가는 당신이길

마음에 안정이 필요할 때 – 지우(가명)님의 사연

※큐레이션 주제 : 여기가 띵작 맛집이에요(문학)

Q : 제 유일한 친구는 책입니다. 약 20년 전부터 사회불안장애를 앓고 있어요. 사춘기때 부모님은 매일 싸우시고 저는 은따를 당했어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되고 진심으로 친구를 사귈 수 없는 불행한 청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런 나날들이 사람에게 공포심, 소외감, 외로움을 느끼게 하여 더욱 스스로 고립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런 제게 가장 마음에 안정을 주었던 것이 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평생 읽지도 않았던 책을 보는 게 힘들었지만 저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계속 살아내는 문학 속 주인공을 보며 공감, 그리고 힐링을 받았어요.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어렵고 힘들어 혼자가 편하지만, 책이 친구를 대신해 소통하고 공감해줘서 외로움을 덜어줍니다. 오히려 마음을 충족시켜주는 책을 전문가분들의 북큐레이션을 통해 만나게 된다고 하니 무척 기대됩니다. 책으로 병도 낫고 친구도 사귀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A : 힘겨움은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때가 있어요. 사람이 사람에게 받는 상처의 깊이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거예요. 그래도 책이 위로가 되어 주고, 친구가 되어 준다니 다행이네요. 그 힘으로 이제 작은 걸음이지만 한걸음씩 빛으로 향해 나가길 바래요. 그 빛이 거세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때로는 당신의 마음에 은은하게 위로의 말을 건넬 때도 있을 거예요. 당신만의 빛을 찾아 한 걸음 옮겨 보는건 어떨까요.
 
몸에 좋은 음식을 가려 먹듯, 마음 건강에도 처방이 필요하대요. 인생의 등불처럼 내 마음을 밝혀 주는 책과 이웃들 그리고 모두를 보듬을 수 있는 따스함. 책을 읽고 필사를 해 보세요. 책 속의 따스한 삶 속에서 위로받고 스스로 돌보는 지혜가 생길 거예요.
 
“섣부른 조언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때로는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건네는 말이 더 힘이 된다. 내가 하는 경험에도 한계가 있기에 할 수 있는 조언의 폭도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저자에게 기대어 책을 건네기도 하고 한의원 책장에 가만히 올려놓기도 한다. 내가 받았던 위로와 응원을 공유하고 싶어서.”
– 이상우 <마음병에는 책을 지어 드립니다> 중에서
 
“질병이 없는 상태가 건강인지는 몰라도 그것이 삶은 아니다.” 우리의 삶과 감정에는 온갖 불투명하고, 고통스럽고, 병리적이고, 모순적인 것이 들러붙어 있지만 그것을 없애버리면 삶이라고 할 수 없대요.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삶 속 괴리와 모순을 거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대요.
 
“약이 고통을 줄여줄 수는 있을 테고, 원하면 처방해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에서 기쁨만 즐기고 고통을 삭제하는 것이, 과연 온전한 사랑일 수 있느냐고 조심스레 묻는다. 이렇게 우리가 분노할 수 없고, 중독될 수 없고, 우울할 수 없고, 불안할 수 없다면, 우리는 사랑도 할 수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분노와 우울과 불안을 허락할 수 있어야만 사랑을 하는 힘이 생긴다.”
-김건종 <마음의 여섯얼굴> 중에서
 
때로는 내 곁에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자신을 믿고 아껴주는 사람들을 계산없이 사랑하며 여전이 어디에선가 즐겁게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 있다는 상상을 하다 보면 어린시절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릴적 미소짓던 일들이 당신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을거예요.
    
“소중하고 근사한 생각들은 보물처럼 마음속에 간직하는 게 더 좋아요. 제 생각이 웃음거리가 되거나 이상한 취급을 받는 게 싫어요. 그리고 거창한 말들도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아요. 참 서글픈 일이죠, 그렇죠? 제가 거창한 말을 쓰고 싶어한 건 사실이지만 정말로 그래도 될 만큼 이렇게 자라다니요.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즐겁지만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달라요.”
– 루시모드 몽고메리 <빨간머리 앤> 중에서
 
작가 황정은은 폭력과 아픔을 겪어 본 사람들은 그림자가 일어서는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해요. 사람들은 현실에세 감당해 낼 수 없는 일을 겪었을 때 그림자가 분리되는 현상을 겪는데요.그래도 그러한 폭력에 맞선 선량한 사람들이 걸어가는 아름다운 풍경이 보여요.

“숲에서 그림자를 보았다.
처음엔 그림자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덤불을 벌리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저쪽도 길인가 싶고 뒷모습이 낯익기도 해서 따라 들어갔다. 들어갈수록 숲은 깊어지는데 자꾸 들어갈수록 뒷모습에 이끌려서 자꾸자꾸 들어갔다.
 
그림자 같은 건 따라가지 마세요.”
– 황정은, <백의 그림자> 중에서

때로는 당신이 있는 공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세요.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이 새로운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당신을 일으켜 세울 수도 있어요. 일상 속에서 찾아지는 낯선 공간이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 수 있어요.

“정성껏 고른 선물을 상대에게 건넬 때, 지난 여행에 대한 추억담을 듣거나 앞날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을 때, 글을 읽으며 쓴 사람의 마음을 더듬을 때 당신의 공간은 상대를 향해 열린다. 이것이 관계의 비밀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공간을 엿보고, 또 그들로 인해 자기만의 공간을 조금씩 손보며 살아간다.”
– 안준원 외, <집 짓는 사람> 여는글 중에서

어느 하루 맑은 날, 집 주변에 있는 공원이나 작은 길을 산책해 보세요. 그리고 주변에서 느껴지는 깊은 생명의 숨을 느껴보세요. 가끔은 멍하니 앉아 명상을 해도 좋아요. 헤르만 헤세는 매일 정원에서 몇 시간씩 일을 했대요. 당신만의 정원을 만들고 그 정원의 숲에서 조용히 몸을 물 흐르듯 움직이며 책보다 더 많은 지혜를 찾아 보세요.

“내 안에 억압되어 있는 감정과 에너지를 춤을 통해 마음껏 분출했다. 세상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춤과 더불어 마음껏 울었고 마음껏 웃었다. 내 안에 그렇게 많은 ‘슬픔’과 그렇게 많은 ‘웃음’이 있는지 몰랐다. 울음과 웃음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침묵과 평화가 찾아왔다.”
– 환희, <춤추는 정원> 중에서

아기 사슴이 별똥별을 쫓아 화려한 도시에 이르지만, 자신이 찾던 빛을 놓치고 방황하다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하룻밤의 사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마지막 책을 권할께요.
 
“깊은 숲속에 사슴 가족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밤, 아기 사슴이 별똥별을 쫓다 낯선 세상을 마주합니다.
하룻밤 사이의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한 모험이었습니다.”
– 센주 히로시, <별이 내리는 밤에> 중에서
 
글자없는 그림책의 고요함과 깊은 울림으로 당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세요. 그리고 그 이야기의 끝에는 빛으로 걸어가는 당신의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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