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북돋움 – 5월의 사연 ② 어쩌면, 외로움은 당연할지도
“1인가구, 혼자 살기”
Q : 퇴근 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좋아하는 공원에 갔습니다. 공원 길을 따라 걷다가 우연히 고개를 들었는데 파란 하늘과 사뭇 잘 어울리는 깃털 구름, 구름처럼 새하얀 낮달을 발견했습니다. 짧은 과학 상식 때문에 밝은 하늘에 뜬 저 달이 상현달인지 하현달인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멋있다!’는 감탄사만 내뱉으며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그리고 습관처럼 메시지를 켰습니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나 혼자 볼 순 없는데 그럼 누구와 공유해야 하지?’
짧은 고민을 한 후 가족과 함께 있는 대화방에 한 장, 며칠 전 공원을 같이 걸었던 친한 친구에게 또 한 장 사진을 보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공원이야! 구름 사이에 잘 보면 달도 있다.”
혼자 산다는 건 가끔 외롭고 때로는 쓸쓸합니다. 이건 변치 않는 사실인 듯합니다. 그래도 나는 달 사진을 공유할 친구와 가족이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꾸 세상의 기준과 멀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나 혼자 꽤 괜찮게 사는데, 정말 괜찮은 걸까요?
A : 안녕하세요. ‘너의 작업실’ 책방지기 탱입니다. ○○ 님이 보내주신 사연 잘 읽어보았습니다. 하늘에 둥실 뜬 달을 보며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신다는 글을 보고, ○○님이 어떤 분이신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지금 ○○님은 충분히,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진부한 말이지만 우리는 인간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을때조차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이잖아요. 그러니 간혹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끼시는 마음이 너무나 당연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인이 있거나 만약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감정은 평생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니까요. 다만 언제든 외로울 때 지금처럼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면 좋겠습니다. 좋은 음식, 풍경을 보았을 때 어떤 사람이 떠오른다는 것은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사연을 읽고 먼저 떠오른 책은 박노해 시인의 <너의 하늘을 보아> 였습니다. 저도 평소 시를 즐겨 읽지는 않는데, 이 시집을 펼쳐보니 마음이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자신을 위해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계신 곳 가까운 곳에 꽂아 두고 마음이 헛헛해질 때 한번씩 펼쳐보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하고 계시는 고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귀여운 그림책도 한 권 챙겨 넣었고요.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으면 좋을 얇은 시집 한권도 어느 한 문장 버릴 것이 없이 도움이 되실 듯 하여 함께 보내드려요.
마지막으로, 꼭 가족 단위나 결혼 등 사회가 정해놓은 길을 따르지 않더라도 우리 앞엔 다양한 선택지가 놓여있다는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시길 바랄게요. 우리 조바심 따위는 멀리 하고 지금의 일상을 충분히 즐기며 살아가요.
매일을 응원하겠습니다.
순번 | 제목 | 지은이 |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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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 느린걸음 |
2 | 조금 다르면 안 돼? | 클레어 알렉산더 | 국민서관 |
3 |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 유병록 | 창비 |
4 | 채소다방 | 장연희 외 | 독립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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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의 서점지기들이 엄선한 책꾸러미를 보내드립니다.
너의 작업실
혼자 산다는 것은 곧 단절과 외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부정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걸까요?
‘너의 작업실’은 청년 북돋움 큐레이션을 통해 한국사회에 고착화된 가족주의와 ‘정상가족’의 이데올로기에 질문을 던지고 지금과는 조금 다른 각도로 청년들에게 경쾌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합니다. 연애와 결혼을 권하는 사회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더불어 혼자 잘 사는 법은 무엇인지 해답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책꾸러미를 마음담아 전하겠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 380번길 43-1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