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북돋움 – 5월의 사연 ① 혼자서 가장 ‘나’답게 살아가기
“1인가구, 혼자 살기”
Q : 나이 30이 되면 집에서 독립할거라고 부모님 앞에서 선언했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나이가 30이 되었을 때 본가에서 직통버스도 없는 꽤 먼 도시로 이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남들보다는 늦게 누군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인생 첫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저에게 처음 닥친 위기는 새 가구를 조립하는 일이었어요. ○케아에서 가구들을 주문하고 왕년에 레고 좀 조립하던 실력을 발휘 해봐야겠다는 호기로움으로 드라이버를 집어들었으나 퇴근 직후 시작된 서랍장 조립은 밤 11시가 되어 끝났어요. 가구를 다 조립할 때 까지 매일 밤까지 중노동을 할 수는 없는 일. 다음 날 전동드라이버를 빌려왔으나 방전된 상태, 충전기도 들어있지 않아 결국 또 밤 늦게까지 조립을 하고 제게 남은건 두배로 뻐근한 등허리와 며칠 야근한 것 같은 피로감뿐이었어요. 이렇게 가구부터 시작해 설거지, 청소, 쓰레기 처리까지 고작 10평도 안되는 방 한 칸의 삶을 유지하는데 정말 많은 손이 필요한 거였다니, 인스타에서 보던 아담하지만 잘 꾸며진 자취방들은 정말이지 얼마나 부지런해야 가능한 것인가 의문을 갖게 되었답니다.
어쨌든! 저의 첫 물리적 독립을 시작하게 되었고, 한 칸의 작은 방을 인간의 생존이 가능한 공간으로 유지하기 위해 아등바등 저의 고생길이 보이네요. 이런 저에게 혼자살이에서 무엇을 더 챙기고 내려 놓아야 할지의 질문 앞에서 가장 ‘나’ 답게 살아가기 위한 마음먹기와 선택을 할 수 있는 응원과 책처방전을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너의 작업실’ 책방지기 탱입니다. 정성껏 써주신 사연 잘 보았습니다. 부모님께 선언을 하고 계획대로 독립을 이루셨군요. 혼자 사는 일상에 대한 기대도 컸겠지만, 30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뒤로 하고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며 다양한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보내주신 사연을 보며 대학시절 제 자취 경험이 문득 떠올랐어요. 밥을 해 먹고 남은 밥을 제때 치우지 않아 방치된 밥통 속 식은 밥엔 곰팡이가 생기기 일쑤였어요. 주식은 김치에 초장을 넣고 대충 만든 볶음밥이었고요. 지금 돌이켜 보면 자신을 더 잘 돌보며 지냈을만도 한데, 그때는 자신보다 세상 밖의 일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마흔이 된 이제야 조금은 알았답니다. 다른 사람보다 우선 나 자신에게 친절해야 하고, 자신을 잘 돌볼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돌볼 수 있다는 걸요. 그래서 요즘은 자신을 돌보는 일, 끼니를 잘 챙겨 먹는 일에 가장 관심이 많아요.
보내주신 사연을 읽고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라는 책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이 책에는 서울에서 지내다 동해로 이주한 하윤,현우 부부가 나와요. 처음엔 스물네평 단독주택에서 지내다 다시 여덟평 원룸으로 이사했는데요. 그릇은 여섯 개, 수저는 두 세트, 방안에는 이부자리 두 채가 전부라고 해요. 책을 읽으며 주변에서 나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어쩌면 나의 만족 보다는 다른 것들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고요.
짐작컨대, 사연을 보내주신 분의 주변에도 여러가지 물건 뿐만아니라, 무수한 ‘중요한 일들’이 놓여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혹시 지금 님을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면 한두 가지쯤은 내려놓고 주변을 좀 더 단촐하게 꾸려보는 건 어떨까요? 필요한 것만 남겨 놓으면 챙겨야 할 것들이 좀 더 줄어들고 조금은 여유의 자리가 생길 거에요.
그림책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에는 수박밭을 정성스레 가꾸던 앙통이 나와요. 어느날 수박 한 통을 도둑맞고 수박밭이 엉망이 되었다며 절망에 빠져요.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잖아요. 수박 하나는 그저 앙통에게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했다는 걸 말이예요. <채소다방>은 앞으로 조금 더 밥을 잘 챙겨 먹었다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라는 시집은 마음이 복잡할 때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챙겨 넣어요. 노나의 카라멜은 기분이 꿀꿀할 때 한 개씩 챙겨드세요. 책방 근처 수제 카라멜 장인이 만드신 건데 참말로 맛있답니다!
앞으로 ‘나’다운 독립 생활 잘 꾸려나가시길 바라요! 여기 먼 곳에서나마 응원할게요.
순번 | 제목 | 지은이 |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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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 류하윤, 이현우 | 위즈덤하우스 |
2 |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 | 코린 로브라 비탈리 | 그림책 공작소 |
3 | 채소다방 | 장연희 등 | 독립출판 |
4 |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 최지인 | 창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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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의 서점지기들이 엄선한 책꾸러미를 보내드립니다.
너의 작업실
혼자 산다는 것은 곧 단절과 외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부정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걸까요?
‘너의 작업실’은 청년 북돋움 큐레이션을 통해 한국사회에 고착화된 가족주의와 ‘정상가족’의 이데올로기에 질문을 던지고 지금과는 조금 다른 각도로 청년들에게 경쾌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합니다. 연애와 결혼을 권하는 사회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더불어 혼자 잘 사는 법은 무엇인지 해답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책꾸러미를 마음담아 전하겠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 380번길 43-1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