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72. 난 그냥 나야 – 보름달만큼 초승달도 소중해…‘나다움’의 가치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읽고 즐기는 그림책 문화를 만들고자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가 함께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기획해 연재해왔습니다.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라는 이름으로 명장면을 추가로 선정해 소개합니다.

세상은 자꾸만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나’라는 존재로 충분히 완성돼 있다.

어린 시절, 옷을 거꾸로 입고도 그저 당당하게 웃던 아이 모습은 주변의 환호와 박수를 받는 존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학교라는 울타리에 들어서면, 아이를 향한 시선은 현재의 모습보다는 미래를 걱정하는 평가의 잣대로 변한다.

그림 속 아이는 제 몸보다 커다란 가방에 힘겨워한다. 가방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고, 무거운 책들과 학용품을 쏟아낸다. 학교에 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다른 사람이 원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도 않다고 온몸으로 외친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다움을 점차 잃어가는 것이 싫다고 선언한다.

큰 차의 위용도 좋지만 작은 차의 아늑함을 편안해 하고, 아름드리나무만큼이나 작은 들꽃을 사랑하고, 보름달의 풍요로움에 소원을 빌면서도 초승달의 날렵함을 동경하던 어린 날의 마음이 우리 안에 숨어 있다.

모두가 겪는 성장의 진통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조금 더 가벼워지기를 소망한다. 틀에 갇히지 않고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허락되기를 바란다. 옷을 거꾸로 입고도 행복했던 아이의 미소를 다시 만나고 싶다.

이민정 의정부청룡초 사서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72]
난 그냥 나야
김규정 글·그림, 바람의아이들(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