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그림책 명장면 61. 세찬 빗속으로 뛰어들 용기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읽고 즐기는 그림책 문화를 만들고자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가 함께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기획해 연재해왔습니다.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라는 이름으로 명장면을 추가로 선정해 소개합니다.
창밖에 비가 내린다. 한 아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본다. 우산도 없고, 데리러 올 사람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 가방을 머리에 쓰고 달려가는 친구 준호가 말을 건다. “넌 안 가냐?” 망설임은 잠시, 아이는 준호를 따라 빗속으로 뛰어든다.
잠시 후 다시 혼자가 되지만, 아이는 다짐하듯 말한다. “이까짓 거!” 비는 여전히 내리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의 태도는 분명히 바뀐다. 두 팔을 힘차게 흔들며 빗속을 달리는 순간이 벅차다. ‘괜찮아요’로 이어지며 뒤이어 또 다른 아이가 같은 빗속을 달린다. 한 아이의 선택은 이렇게 조용히 다음 아이에게 건네진다.
앞장을 다시 들춰본다. 준호는 정말 우산이 없었을까. 친구의 자존심을 지켜주려 우산 없는 척 곁을 내어준 준호의 배려는 아니었을까. 책을 덮는 순간, 우리 역시 쏟아지는 시련 앞에 양손 높이 저으며 힘차게 걸어갈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노미숙 사단법인 한국그림책문화협회·노미숙그림책연구소 대표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61]
이까짓 거! I 박현주 글·그림, 이야기꽃(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