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57.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 사과가 열리기까지, 우리들이 자라기까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7. 사과가 열리기까지, 우리들이 자라기까지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읽고 즐기는 그림책 문화를 만들고자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가 함께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기획해 연재해왔습니다.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라는 이름으로 명장면을 추가로 선정해 소개합니다.

진주·가희의 그림책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을 펼치면 사과보다 먼저 다가오는 것이 빛이다. 빛 속에서 아이들이 머무는 시간, 그 고요한 찰나들이 사진으로 포착된다. 이 책의 핵심은 ‘사과를 먹는다’는 결과가 아니라 사과에 닿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연출에 있다. 가희 작가의 사진은 일상을 기록하는 도구를 넘어 감정을 드러내는 시각 언어가 된다. 자연광이 만든 명암, 느린 움직임, 두 아이의 표정이 모여 서정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최근 그림책에서 만화적 형식이나 그래픽 노블의 기법을 적극 끌어들이며 경계를 확장해 왔지만, 사진을 전면에 활용한 그림책은 거의 없었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은 사진이 그림책의 서사 매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그 지평을 스스로 열어젖힌 작품이다. 정서와 시간을 사진으로 만들어 내는 방식은 이 책의 독창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이들이 사과를 나누어 먹는다. 그러나 독자가 마주하는 것은 사과의 맛이 아니라 그 장면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이 남긴 온기다. 책은 속삭인다. “사과를 먹고 싶다면, 그 사과로 이어지는 시간을 먼저 바라보라”고.

권혜진 한국학교사서협회 사무총장·경기 고양화수초 사서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57]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 진주 글, 가희 사진그림 | 핑거(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