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47. 새가 되고 싶어 – ‘지금까지의 나’와 ‘지금부터의 나’


우리 그림책 명장면 47. ‘지금까지의 나’와 ‘지금부터의 나’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나의 지금’에 얼마나 만족할까? 어른은 지금까지의 삶을 확인하고 싶어서, 어린이는 미래를 향해 출발하기 위해서 `지금`을 확인하려 한다. 이런 인간의 욕망과 현실을 담은 ‘새가 되고 싶어’는 1988년부터 그림책 작가로 활동해 온 한병호가 글 그림을 다룬 첫 작품으로 2004년 캐릭터 플랜에서 출판되었다. 개성적인 캐릭터를 수묵 담채화로 그린 다음 연필선을 더한 묘사는 신선한 매력으로 아트 디렉터 김주성의 타이포그래피와 조화되어 2005년 한국 그림책 최초의 BIB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황금사과상을 수상했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각각의 이야기를 즐기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높은 빌딩 청소부다. 지상에서 올려보면 참 대단한 모습이지만 고공에서 위험을 겪는 주인공은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데 새가 되어 하늘과 바다를 자유롭게 나는 행복함도 어느덧 혼자라는 외로움으로 바뀐다. 겨울이 되자 추위가 엄습해 오고, 고양이까지 나타난다. 화면을 가득 채운 고양이는 잡아먹힐 것 같은 긴박함과 공포심에 싸인 새 시점에서의 모습이다.

이 장면은 욕망은 충족되는 순간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 권 안에 담긴 다양한 시점과 세계와 이야기가 풍요로운 상상을 펼쳐주는 작품이다.

신명호 (무사시노 미술대학 예술문화정책학과 교수 · 군포그림책꿈마루 운영위원)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47

새가 되고 싶어 | 한병호 글, 그림 | 시공주니어(2009)(재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