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그림책 명장면 46. 폭죽을 바라보며, 쥐불놀이를 떠올리다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폭죽소리’는 농민들이 땅을 잃고 왜놈들에게 쫓겨 만주로 살길을 찾아 떠나야 했던 시대의 이야기다. 너무 가난해서 종자 씨 한 됫박에 청인 부잣집에 팔려간 조선족 소녀의 슬픈 운명을 그렸다. 자신이 왜 낯선 곳에 와 있는지도 모른 채 주인 집 병든 할머니 수발과 식모살이로 옥희는 힘들게 살아간다.
이야기의 절정은 중국 설날 `폭죽놀이’를 보면서 우리 민족의 쥐불놀이를 기억한 옥희가 중국인 아이들과 함께 쥐불놀이를 하는 장면이다. 폭죽은 불꽃만 번쩍이지만 밭두렁이 온통 불천지가 되는 쥐불놀이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자기 정체성을 상징한다. 중국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지만 옥희는 우리 땅에 살았던 우리의 아이였음을 묘사하고 있다.
연변에 사는 조선족 2세 리혜선 작가가 울면서 썼다는 글과 함께 우리의 정서가 듬뿍 배어있는 이담·김근희 작가의 그림은 묵직하고 뭉클하다. 우리 동포들의 이주 역사를 어린이들도 깊이 공감할 이야기로 담아낸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정봉남 (북스타트코리아 자문위원 · 전 순천기적의도서관장)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40
폭죽 소리 | 리혜선 글, 이담· 김근희 그림 | 길벗어린이(19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