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45. 할머니, 어디 가요? 굴 캐러 간다! – 오감이 역동적으로 꿈틀대는 바다


우리 그림책 명장면 45. 오감이 역동적으로 꿈틀대는 바다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눈이 시원해진다. 바위에 둘러앉아 굴을 캐는 사람들의 소박한 얼굴과 대비되는 원색의 옷차림이 겨울 바다의 추위를 오히려 강렬한 뜨거움으로 바꿔놓는다. 이윽고 귀가 열린다. 콕콕. 바위에 붙은 굴을 쪼는 소리,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소리에 오가는 말소리, 그 위로 파도처럼 경쾌한 웃음소리까지 생생하게 살려놓았다. 다시 보고 있으면 이젠 코가 흠흠거린다. 바다 짠내와는 다른 싱그럽고 향긋한 굴냄새. 굴을 까는 쇠꼬챙이에서도 살아있는 굴의 향기가 묻어있다.

저기, 분홍 조끼에 푸른 장화를 신은 옥이 할머니의 손을 자세히 보라. 거친 파도와 맞선 손, 넓은 바다 밭을 일군 손, 굴을 까고 조개를 캐고 고기를 잡아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살리며 늙어간 손, 그럼에도 여전히 억센 강인함이 담겨있는 손. 그 손으로 손녀 옥이의 코를 닦아주고 목도리를 여며주고 머리를 쓰다듬을 땐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손이 되는 할머니의 다정함이 뒹구는 저 바다로 달려가고 싶다. 가서 싱싱하고 정겨운 겨울 맛을 느끼고 싶다.

박혜선 (동시·동화 작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45

할머니, 어디 가요? 굴 캐러 간다! l 조혜란 글, 그림 | 보리(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