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그림책 명장면 43. 심심함이 불러낸, 동물들의 ‘여름 놀이 한바탕’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시골에 살고 있는 돌이는 엄마, 아빠가 밭에 간 사이에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가축우리 문을 열어 준다. 함께 놀고 싶었던 돌이의 마음도 모르고 동물들은 밭으로 뛰어들기 바쁘다. 염소는 호박잎을 으적으적 뜯어 먹고, 닭들은 고춧잎을 마구 쪼아대며 밭을 들쑤셔 놓는다. 감자밭을 마구 파헤치는 돼지에 무잎을 맛있게 뜯어 먹는 토끼를 보며 돌이는 애가 탄다. 엄마 소를 따라다니던 송아지는 쫓아온 돌이를 피해 달아나며 오이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그림책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았던 장면이다. 싱그러운 잎과 넝쿨, 오이가 가득한 밭 한가운데로 송아지가 힘차게 돌진한다. 흙먼지 자욱하게 날리며 땅이 파헤쳐질 만큼 힘차게 뛰어오는 모습에 오히려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돌이의 심심함으로 풀려난 동물들의 여름 놀이 한바탕이다. 넓은 밭에 보기 좋게 잘 자란 파, 배추 같은 농작물들 그리고 섬세하게 표현된 동물들과 한적한 시골집, 지금은 잘 볼 수 없는 풍경들이 세밀한 그림을 통하여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심심할 사이도 없이 바쁘게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요즘의 아이들, 잠시 여유가 생겨도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떨구는 아이들에게도 자연은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잘못했어도 울면서 안길 수 있었던 땀 냄새 가득한 엄마 품이 그립다.
백영숙 (하소아동복지관·내보물1호도서관 관장)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43
심심해서 그랬어 l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19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