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41. 양철곰 – 거룩한 희생, 다시 피어난 생명


우리 그림책 명장면 41. 거룩한 희생, 다시 피어난 생명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왼쪽의 작은 프레임과 오른쪽의 커다란 단일 프레임은 이 장면의 극적인 대조를 가장 먼저 보여준다. 작가 특유의 정교하고 세밀한 필치가 빚어내는 압도적 밀도감 또한 감동을 더한다.
 
아이의 간절한 요청에도 양철곰은 우주로 떠나지 않는다. 그는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감수하며 스스로에게 물을 붓는다. 아이가 절규하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이 행위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씨앗을 틔우기 위한 희생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깊은 전율을 경험한다.
 
양철곰의 희생으로 도시는 다시 초록의 생기와 자연의 생명력을 되찾는다. 하지만 되살아난 도시에서 양철곰만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물을 끼얹는 양철곰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무엇이 살아나고 무엇이 부서질 것인지를. 자신이 부서지지 않는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를. 양철곰이 스스로에게 물을 끼얹는 행위는 단순한 간절함을 넘어 거룩한 희생 의식이다.
 
작품을 끝까지 읽고 이 장면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감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강민경(동화작가, 한양대학교 인문대학 교수)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41

양철곰 | 이기훈 지음 | 리젬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