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그림책 명장면 39. 비가 오면 온 세상이 ‘멈춤’이라고? 천만에!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구름이 하늘을 뒤덮는다. 하늘이 시커메진다. 한순간 세상이 멈춘 듯 하더니 비가 쏟아진다. 이제 모두 어쩔 수 없다. 꼼짝없이 비를 맞이해야 한다. 아이들로 시끄럽던 놀이터는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거리를 오가던 어른들의 걸음도 빨리지는 시간. 작가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을 거침없는 선으로 표현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간다. 초원을 내달리던 치타, 세상 무서울 게 없는 티라노사우루스, 용맹한 호랑이도 별수 없을 텐데, 비가 오는 날에 모두들 과연 도대체 뭘 할까? 그나저나 우리 아빠는 이 비를 뚫고 집에 잘 오고 있는지가 걱정인 작가의 상상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사실 그보다 더 큰 ‘비가 오는 날에’의 매력은 시원한 판형에 다양한 선으로 표현되는 아름다움이다. 작가의 무기는 연필 한 자루! 가장 단순한 도구인 연필로 직선, 사선, 꺾인 선을 만들어 빗줄기를 표현하고, 다양한 명암으로 비의 밀도를 만들어낸다. 그 선은 소리로, 촉감으로 느껴지니 그 힘이 대단하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엄청난 비가 왔었다. 활짝 웃으며 아이는 말했다. “엄마, 비가 많이 와도 걱정하지 마. 아빠는 공룡이랑 놀고 금방 올 거야~” 우리는 마주 보며 크게 웃었다. 비가 오는 날에.
이은주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39
비가 오는 날에 | 이혜리 글/그림, 정병규 꾸밈 | 보림 (2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