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3. 백성의 고통을 끝낼 백두거인의 거대한 손과 활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1988년 출간된 그림책 <백두산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수호신을 염원하는 창작 신화이다. 한국 그림책 역사에서 창작 그림책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일컬어진다.
화면은 뜨거운 에너지가 넘친다. 붉은 열기로 휙휙 타오르는 태양을 향해 ‘백두거인’의 거대한 손이 천 근 활을 겨누고 있다. 두 개의 태양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백성을 구하려는 것. 제주도 창세 신화 ‘소별왕과 대별왕’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으로, 과감한 화면 구도로 눈을 사로잡는다. 오방색을 주조로 한 색감과 고구려 고분 벽화를 떠올리는 이미지를 들여와, 서양화 기법이지만 전통적 미감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제한된 화면 위에, 어떻게 하면 태양을 쏘아서 떨어트릴 만큼 거대한 손과 활을 담아낼지 몇 개월 고민했다고 한다.
외국의 것을 답습하거나 어린이용이라고 예쁘고 천진한 그림이 범람하던 당시, 거칠고 투박하며 전혀 달콤하지 않게 그려진 이 작품은 기존 그림책에 대한 관념을 바꾸었다.
조은숙 그림책연구자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③
백두산 이야기 | 류재수 글, 그림 | 보림(초판 1988 / 개정판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