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30. 가드를 올리고 – 쓰러졌던 우리가 다시 일어나 가드를 올리는 순간


우리 그림책 명장면 30. 쓰러졌던 우리가 다시 일어나 가드를 올리는 순간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어쩌면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바람이 분다’는 말은. 정해진 사각 링 위에서 한없이 두들겨 맞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내게 하는 말. “이제 거의 다 왔어.” 산 정상을 앞두고 헉헉거리고 있는 우리에게, 먼저 다녀온 사람들이 다정한 목소리로 건네는, 모두가 아는 거짓말. 그래도 버티면, 가드를 올리고 견뎌 내면, 산은 그렇게 올라가는 우리를 기다려 줄 거라고 말해 주는 응원이다. ‘가드를 올리고’는 그렇게 버티는 사람들 뒤에서 어깨를 두드려 주고, 앞에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여 준다. 어쩔 수 없이 인생이라는 링에 올라야 하고, 누군가를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힘들어도 일어나라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드를 올리라고 소리쳐 준다. 어쩌면 그림 속 주인공은 그래서 슬쩍 웃고 있는 건 아닐까?

‘산을 오르는 내용’으로 적힌 글, ‘링 위에서 싸우는 복서’로 표현된 그림. 글과 그림이 만나 새로운 ‘무엇’이 되는, 그림책의 힘을 제대로 보여 준 멋진 그림책 한 장면이다.

박미숙 (기획자, 별짓 작은도서관 관장)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30

가드를 올리고 | 고정순 글, 그림 | 만만한책방(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