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25. 여우난골족 – 먼 길 끝에 마침내 맞잡은 손의 온기


우리 그림책 명장면 25. 먼 길 끝에 마침내 맞잡은 손의 온기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흰 눈이 복스럽게도 쌓인 겨울 아침, 아이는 어머니 아버지를 따라 설을 쇠러 큰집으로 향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저 멀리에서 반가운 얼굴이 나타난다. 길목마다 그리운 이들이 한 사람, 두 사람씩 모여드는 여정은 그림책의 진행 방향과 나란한 동선을 이루어 책장을 넘기는 독자의 손길에까지 뭉클함을 싣는다.

마침내 큰집에 도착해 정다운 얼굴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아이들은 신이 나 함박웃음을 지으며 추위도 잊고 달려 나간다. 이제까지 한편엔 다가가는 뒷모습, 맞은편엔 다가오는 앞모습을 그리며 헤어졌던 식구들의 재회를 부각했던 반복적인 구도는 이 장면에서 모든 인물이 정면을 바로 보는 것으로 전환되며 절정에 이른다. 이때 정동은 그림 바깥으로 흘러넘쳐 과거와 현재, 남녘과 북녘을 뛰어넘어 책 속 인물들과 책 밖 어린이가 서로 만나게 한다.

‘우리시그림책’은 시의 고유한 정서를 시각적으로 펼쳐 보이며 한국 창작 그림책의 지평을 넓힌 시리즈다. 백석 시의 한 풍경을 홍성찬 화백이 정성스럽게 복원한 ‘여우난골족’은 그중에서도 백미다.

이하나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마음산책 편집장)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25

여우난골족 | 백석 시·홍성찬 그림 | 창비(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