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그림책 명장면 24. 봄날 숲속에 새 소리가 없다면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밤새 봄비가 내려 멀리 보이는 산이 선명하다. 동물병원이 있는 산 정상에 오르다 보니 저 앞 새들이 뭔가 소란하다. 살며시 다가가 새들을 보았다. 시멘트로 만든 길 가운데 움푹 들어간 곳이 밤새 내린 빗물로 얕은 웅덩이가 되었다. 새들은 다가선 나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목욕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람의 실수로 잘못 잡은 물매(경사도)가 작은 새들을 저리 기쁘게 하다니! 마치 ‘청딱따구리의 선물’에 나오는 청딱따구리가 가뭄날 만든 물웅덩이에서 다른 새들도 저렇게 시원하게 목욕했지 싶다. 이우만 작가는 집요한 관찰을 통해 자연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물 만난 새의 기쁨이 날갯에 표현되는 듯하다.
동물원에는 동물만큼 나무가 많지만 관리하는 담당자가 딱히 없다. 다행히(?) 방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벌레들이 많고 이를 잡아먹는 새들도 많이 살게 되었다. 봄날 숲속에 새소리가 없다면 얼마나 적막하고 쓸쓸할 것인가? 청딱따구리의 노력은 다른 새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사람만의 편리함을 위한 노력은 때때로 야생동물에게 해가 된다. 자연에게는 노오력 말고 그냥 놓아두는 게으름이 필요하다!
김정호 (수의사·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24
청딱따구리의 선물 | 이우만 글·그림 | 보리(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