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22. 레스토랑 Sal – 무엇이 이토록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가


우리 그림책 명장면 22. 무엇이 이토록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가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엄마 손에 이끌려 간 레스토랑에서 어린 소녀는 잠깐의 일탈로 식당이 고수하는 맛의 비밀을 알게 된다. “완벽하게 보관되고 있”는 식재료들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영 딴판이다. 버려진 개와 고양이, 실험용 쥐와 토끼, 멸종 위기종인 펭귄과 고릴라 등이 좁은 창살 우리 안에 갇혀 있다. 시작부터 기묘한 불안감을 주는 이 레스토랑은 이 장면에서 불편함과 불쾌감을 최고조로 이끌어낸다.

소윤경 작가는 이미지를 통해 무엇이 이토록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지 곱씹어 생각하게 한다. 지구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레스토랑이 된 오늘날, 우리 역시 이 재료들의 일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둔하게 이제야 깨달았다. 어린 소녀는 새끼 고양이를 구해내려는 어미와 다른 동물들을 탈출시키려 하지만 실패하고, 그 결과는 마지막 장에 섬뜩하게 펼쳐진다. 살과 삶을 더럽고 추악한 죽음으로 몰아가는 세상에 대한 경고 같은 이 책은 “사람들의 사치와 욕심이 지구를 삼키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명민한 깨달음에서 나왔다. 아직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태희 (사계절출판사 총괄이사)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22

레스토랑 Sal | 소윤경 글·그림 | 문학동네(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