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21. 나의 사직동 – 모두의 시간과 마음 나누던, 그리운 골목길


우리 그림책 명장면 21. 모두의 시간과 마음 나누던, 그리운 골목길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모두의 골목길! 어렸을 적 뛰놀던 골목길의 신비한 매력이 이 장면을 통해 새록새록 돋아난다.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휙 던져두고 대문 밖으로 뛰쳐나가면 그곳부터 시작되던 놀이의 공간. 준비물도 없고, 친구와 약속한 것도 아니면서 골목길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구불구불 굽은 길을 지나 계속 걷다보면 펼쳐지던 계단!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계단을 아이들은 초대장이라도 받은 듯 신이나서 가위, 바위, 보를 하며 계단 오르내리기를 한다. 학원 가던 친구마저 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놀이를 기웃거린다. 골목길 놀이에서는 이러한 ‘기웃거림’을 지나치지 않는다. 처음 본 아이, 기어이 따라온 동생 등 나이나 신체적 조건의 열세를 뛰어넘을 수 있는 ‘깍두기’라는 기막힌 참여의 기회를 마련한다.
 
아이들의 우당탕거림이 한창일 때, 어르신들도 볕을 찾아 슬그머니 대문에 자리잡은 후 빨래정리 등 소소한 집안일을 챙기신다. 손은 바삐 움직이면서도 골목을 오가는 모두와의 수다와 참견을 마다하지 않는다. 성가시게 생각했던 어른들의 눈길이 감시가 아닌 관심이었고, 우리를 보호해주는 CCTV였음을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다. 모두의 시간과 마음을 나누던, 골목길이 그립다!

민경록 (청주기적의도서관 관장)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21

나의 사직동 | 김서정 글, 한성옥 그림 | 보림(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