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20. 넉 점 반 – 아이의 시선으로 담은 넉 점 반의 순간


우리 그림책 명장면 20. 아이의 시선으로 담은 넉 점 반의 순간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빨강 치마저고리 입은 꼬마 아이가 엄마 심부름으로 집을 나선다.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 “넉 점 반이다” 아이는 “넉 점 반, 넉 점 반”을 되뇌며 또박또박 걷는다. 아이의 시간은 넉 점 반에 머물러 있지만, 닭, 개미, 잠자리, 분꽃… 아이가 만난 세상은 눈길 닿는 곳마다 풍성하다.

2004년에 출간된 그림책 ‘넉 점 반’은 1940년 윤석중이 쓴 동시를 이영경 작가가 그림책으로 되살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따뜻하고 정감 어린 옛 농촌 풍경과 천진난만한 꼬마 아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작품 전반에 반복되는 ‘넉 점 반’은 단순한 운율을 넘어서, 그림과 함께 서사의 흐름을 확장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이 장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생명들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쪽 찢어진 눈, 앙다문 입, 짧은 단발머리를 한 이 아기는 서양식 공주 이미지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신선한 매력을 선사하며, 가장 사랑받는 한국 전통 꼬마 소녀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그림책 ‘넉 점 반’은 우리 근대 동시를 현대 그림책으로 재해석하여 새롭게 조명했을 뿐만 아니라, 그림을 통해 서사의 깊이를 더하고 한국적인 미를 담아낸 작품이다.
 


임지연 (책문화연구소 소장)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20

넉 점 반 | 윤석중 글, 이영경 그림 | 창비(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