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그림책 명장면 18. 동심의 세계로 향하는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같이 놀자며 강아지가 염소 새끼를 졸라댄다. 말뚝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염소 새끼는 못 본 체 외면하지만 강아지는 포기하지 않는다. 폴짝폴짝 알짱대는 강아지가 얄미워 이제 막 돋기 시작한 뿔로 콱 받아 버릴까, 생각했지만 줄에 묶인 염소 새끼 처지는 마음 같지 않다. 신난 강아지는 ‘용용 죽겠지’ 하며 염소 새끼 놀리고, 분을 못 이긴 염소 새끼는 맴맴 돌며 떠받고 주저앉고 방방대는데, 그러는 사이 땅속 깊숙이 박혔던 말뚝이 쑤욱 뽑혀버렸다. 순간 둘 사이에 흐르는 정적!
놀란 강아지 줄행랑을 치고 성난 염소 강아지를 쫓고….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염소 새끼 가슴 가득했던 분노도 사르르 사그라지고 만다. 모든 게 한바탕 즐거운 놀이일 뿐이다.
권정생 선생님이 열다섯 살 즈음에 쓴 동시에 김병하 작가의 그림으로 완성된 ‘강아지와 염소 새끼’는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활짝 열어주는 그림책이다. 몽글몽글 여린 봄꽃 같은 웃음이 절로 피어나게 만든다.
이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18
강아지와 염소 새끼 | 권정생 글, 김병하 그림 | 창비(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