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그림책 명장면 17.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찾는 사람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코끼리 아저씨 뚜띠는 어렵게 구한 100개의 물방울을 양동이에 담아 돌아간다. 아기 코끼리들에게 먹일 물이다. 어째 돌아가는 길이 녹록지 않다. 넘어지고, 빼앗기고, 실수와 사건이 잇따른다. 어수룩한 뚜띠의 양동이에는 결국 물 한 방울 남지 않는다. 뚜띠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때마침 비가 쏟아진다. 살았다! 빈 양동이에 빗물을 모으는 뚜띠의 얼굴에 안도와 빗물이 같이 흐른다.
양동이 속 물방울은 책임감과 고단함, 설움과 좌절에 버무려진 이 시대 아버지들의 간절함이다. 무심한 듯 점점이 간결한 픽셀 배경은 뚜띠의 로드 무비 속으로 독자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늘어진 뚜띠의 머리카락이 휘날릴 때마다 독자도 함께 숨죽였다 미소 짓다 눈물짓게 만든다.
뚜띠는 허름한 자전거 하나로 어떻게 그 험한 길을 버텼을까? 이야기 끝에서 문득 아버지의 본 적 없는 일터가 궁금해진다. 그림책은 끝없는 경쟁과 불황의 늪에서도 굽어진 등에 힘을 주던 우리 아버지들의 그림자를 조용히 쓰다듬는다.
김규미 (사서, 그림책모임 느닷도서관 대표)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17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 노인경 글, 그림 | 문학동네(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