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16. 위를 봐요! – 여기 아닌 저기를 바라보는 힘


우리 그림책 명장면 16. 여기 아닌 저기를 바라보는 힘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왼쪽 면에는 사람들이 보도블록 위에 누워 있고, 오른쪽 면에는 아이의 웃는 얼굴이 살짝 보인다. 바닥에 누운 사람들이 그 아이를 웃게 만든 것이 분명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수지’는 사고로 다리를 잃고, 베란다에서 하루종일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만 바라보며 지낸다. 이런 수지의 마음을 대변하듯 페이지는 계속해서 흑백이다. 그러던 중 한 소년이 고개를 들고 수지를 발견한다. 그가 보여준 행동은 금세 거리를 전염시키고 거리의 모든 이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줌마와 아저씨도, 자전거와 강아지도 길에 누워 수지와 눈을 마주친다. 이제야 수지는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자신의 얼굴을 독자에게 보여주었다.

정진호는 그림책의 구도와 판형을 통해 독자가 열린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위를 봐요’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판형으로 고정된 시각을 해체시킨다. 수지와 같은 방향으로 책을 돌려 땅을 내려다보면 보도블록에 누운 시민들이 더없이 고맙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안성은 (시인·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교수)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16

위를 봐요! | 정진호 글, 그림 | 현암주니어(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