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그림책 명장면 15. 저 영도다리만치로 대단하게 산 아지매들
2025년은 그림책의 해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
누구나 그림책을 읽고 누리는 문화를 위하여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과 한겨레신문은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공동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막두는 자갈치 시장에서 일한다. 도미가 별로라며 마뜩잖아하는 손님에게 “내 육십 년 가까이 장사한 사람”이라며 호통치는 모습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큼지막한 도미를 손질하는 손길이 시원시원하다. 힘 있게 솟구친 눈썹과 굳게 다문 입에는 억척스러움이 배어 있다. 오랜 세월 시장에서 버텨온 여성 상인의 강인한 삶이 엿보인다.
막두는 열 살 때, 피란길에서 가족과 헤어졌다. 부모님과 만나기로 한 영도다리가 보이는 자갈치 시장에 터를 잡았지만, 끝내 가족을 찾지 못했다. 영도다리가 올라갈 때마다 앞길을 가로막는 듯한 거대한 벽을 느꼈다. 그렇게 막두는 ‘아지매’가 되고, ‘할매’가 되었다. 막두가 우뚝 선 영도다리를 보며 “저만치로 대단하게 살았다”고 한 말에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림책 속 자갈치 시장을 보면 정겨운 사투리가 들려오는 듯하고, 비릿한 생선 냄새까지 나는 듯하다. 그 속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막두’들이 오늘도 굳건하길 바라본다.
박서영 (책읽는사회문화재단·북스타트코리아 간사)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 – 15
막두 | 정희선 글, 그림 | 이야기꽃(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