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문화의 성장…그 이면에는? <그림책 문화의 현재와 미래> 포럼 훑어보기 ①


그림책 문화의 성장…그 이면에는? <그림책 문화의 현재와 미래> 포럼 훑어보기 ①

7월 30일(화)에 열린 제2회 책읽는사회 독서정책포럼 <그림책 문화의 현재와 미래>
 
이번 포럼은 부제(2025 그림책의 해에 무엇을 할 것인가?)처럼 내년도 ‘그림책의 해’를 준비하는 취지로 진행되었습니다. 책의 해 사업은 2020년부터 5년동안 생애주기별 (청소년/고령층/청년/중장년/어린이)로 추진되어왔는데요. 올해 7월 책의 해 추진단에서 향후 5개년 주제를 새로 발표하였습니다(2025:그림책/2026:문학책/2027:역사책/2028:과학책/2029:예술책). (책의 해 추진단은 출판‧도서관‧서점‧작가‧독서 등 책 관련 단체들의 연대조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협업하여 매년 책의 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열띤 이야기가 이어졌는데요. 총 6명의 그림책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선에서 국내 그림책 문화와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국내 그림책 문화의 비약적인 성장…그 이면엔?

먼저 김지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가 ’그림책 문화의 국내외 동향과 현주소‘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김지은 평론가는 약 20년 전 유명 그림책 작가 다비드 칼리가 내한했을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며 그동안 국내 그림책 문화가 크게 성장하였다고 하였는데요. 이전에는 해외 그림책 작가가 오면 파급력이 컸지만 지금은 이수지‧백희나 등 한국 그림책 작가들이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는 만큼 독자들이 해외 그림책에 무조건 환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만큼 국내 독자들이 한국 그림책에 대한 자부심과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내 그림책이 주목받는 것과 달리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대한민국 그림책상‘을 신설하는 등 외부의 환호와 관심은 높지만, 정작 실제로 그림책 판매량은 적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림책 종수가 늘어나면서 마케팅 경쟁만 치열해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투자가 필요한 신인 작가들이 살아남기도 쉽지 않습니다. 김지은 평론가는 그림책 작가들의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위해 심리지원을 포함한 생계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며 예비예술인 지원 사업을 운영했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이 지원사업을 통해 예비 그림책 작가는 생계비뿐만이 아니라 선배 작가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지은 평론가는 우리 사회가 그림책을 향유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각화되었는지 현황을 공유하였습니다. 독립책방, 출판사(소규모/대규모), 도서관과 기타 문화공간 등에서 전시, 그림책상, 북토크(온/오프라인), 전문강좌, 아카데미 등 다양한 형태로 독자와 그림책이 만나고 있음을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관심에도 불구하고…팔리지 않는 그림책

이어서 김장성 이야기꽃 출판사 대표가 ‘그림책 생태계’를 이루는 생산자가 처한 현실이 어떤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김장성 대표는 그림책 분야에서 소비자(독자)보다 생산자(작가, 출판사 등)가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 그리고 책을 만드는 출판사보다 책을 통해 워크숍이나 프로그램, 자격증 등의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을 들며 그림책 출판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나아가 실제 출판사 매출을 공개하며 여러 상을 받은 유명 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매우 저조하다는 점을 보였습니다.
 
또한 그림책의 특성상 아이들과 그림책의 매개자, 이를테면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작은 출판사일수록 제도적으로 책을 권장해야 하는 교사나 기관 담당자와의 협업이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한편, 출판사를 지원하는 정부사업의 양면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재정적인 지원은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으나 모든 출판사가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김장성 대표는 개별 출판사에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도서관이나 학교의 책 구매를 장려하는 방식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한국 그림책에는 ‘어린이’가 빠져 있다?

’그림책 작가‘라는 표현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그만큼 그림책 문화가 확산하면서 그림책 독자의 저변이 확대되었고, 그림책이 어린이 문학의 하위 장르라는 시선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책읽는곰 출판사의 우지영 주간은 최근 한국 그림책에 오히려 어린이가 빠져 있다는 점을 꼬집습니다. ’한국 그림책은 일러스트레이션이 강점이나 어린이의 마음에 남을 만한 이야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쓴소리가 국내외에서 들려온다는 것입니다. 특히 3~5세 어린이들을 위한 한국 그림책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최근의 상황을 ’풍요 속의 빈곤‘이라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책을 만드는 작가와 편집자가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나아가 그림책 편집자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출판계 내부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이어서 ’그림책은 어린이가 인간과 세계의 밝고 어두운 면, 인간사의 행과 불행을 가장 안전하게 경험하도록 해 주는 매체‘라고 표현했는데요. 그림책의 독자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르의 근간인 어린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