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돌아보기 – ② 자유에 대하여


시즌 1 돌아보기 – ② 자유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꽃샘추위에 일교차가 커져서 주변에 감기 걸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봄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심귀연 교수의 『취향』과 김민철 작가의 『하루의 취향』, 재미있게 읽고 계신가요? 두 권의 주제 도서를 읽으면서 서로의 취향에 대해 마음껏 나누시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저도 책을 읽으며 제 마음이 향하는 것이 어디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좋아하는 음식부터 패션, 운동 종목, 음악 등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아, 취향을 정리하는 게 대단한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 보면서 잊고 있었던 자신의 취향을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도 저 못지않게 수많은 취향을 가지고 계시겠지요. 심귀연 교수님의 『취향』에 따르면, 취향은 끌림이라고 하는데 어쩌다가 우리는 이 수많은 것들에 마음을 내주었을까요?

   
“도대체 유행은 누가 만드는 것인가? 대중이 소비자가 되어 기획하고 주도하는가, 자본이 대중의 욕구를 움직이는가? 아니며 서로 공모하는가?”
 『취향』, <유행에 매몰된 취향> 중에서
 
 
취향을 되돌아보면서 몇 년 전에 사두고 한참 동안 방치한 카메라가 생각났습니다. 사진을 제대로 찍고 싶어, 중고로 산 미러리스 카메라인데, 처음 샀을 때의 기대와 달리 생각만큼 사진 실력이 늘지 않아 오랫동안 묵혀놓고 있었습니다. 딸아이가 성장할 때는 그 모습을 참 열심히 찍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따로 들고 다니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 매년 새로 나오는 휴대폰의 성능이 워낙 좋아져 카메라 대신 핸드폰을 쓰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일은 왠지 멋있어 보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이따금 유튜브에서 사진 잘 찍는 법을 찾아보기도 하고 유행하는 카메라 기종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저는 대학 시절에 사진 동호회 문화를 처음 경험했습니다. 소설 쓰기가 전공이었는데, 주변에 시를 쓰는 선배들을 곧잘 따라다녔습니다. 선배들은 시를 잘 쓰려면 이미지를 담는 훈련을 해야 한다며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자기 눈에 인상적인 장면을 필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멋있어 보이던지 모임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정기적인 모임이 있는 동아리도 아니었지만, 한 학기에 두세 번 정도 모여 현상한 사진을 펼쳐놓고 사진의 기법과 시점에 대해 어설픈 평을 늘어놨었습니다. 회사일과 육아 사이에서 사진 찍을 엄두를 못 내면서도 미련을 못 버리는 것은 대학 시절 사진에 담긴 서로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문화가 그립기도 하고, 자신만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일이 아직까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취향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취향을 선택할 때 가질 수 있는 자유의 정도는 저마다 다르다. 저마다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와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취향』, <당신의 선택은?> 중에서
 

“취향은 의지가 아니라 결국 끌림이다. 취향 선택에는 어떤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취향』, <당신의 선택은?> 중에서
 
 
대학 시절 경험했던 사진 모임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취향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특정시기에 경험한 문화가 개인의 취향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문화는 개인의 취향을 억압하기도 합니다. 지금의 40~50대가 성장기를 보낸 시기에 우리 사회에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만연했었습니다. 남성 중심적인 문화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지만, 이런 문화적 배경에서 성장한 남성도 본인의 취향을 생각해볼 기회를 상실하고, 자기반성 없이 앞선 세대의 문화를 답습하게 됩니다.

저 자신도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 오랫동안 길들여진 사람이여서 개인의 취향을 생각할 겨를 없이 아버지 세대에서 당연하게 인식되어 온 문화에 맞춰 살았습니다. 물론 아버지 세대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아내와 의논하며 우리 세대의 악습을 딸에게 물려주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기 자신을 뒤돌아보면, 한참 문화를 즐기고 연출할 나이에, 이전 세대의 평가가 두려워 머리를 길러 보지도, 귀걸이를 해보지도 못한 게 후회로 남습니다.


“이처럼 문화 규범은 우리의 선택을 강조하거나 구속한다. 문제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어렵다는 것에 있다. 고유한 자기만의 취향과 스타일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내게로 향한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규범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며, 그것에 대해 자기 자신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취향을 가질 수 있고, 더불어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다.”
 『취향』, <아름다운 남자, 센 언니? 젠더 취향, 어떻게 만들어지나?> 중에서
 
 

“인간에게 자유라는 것은 조건을 바꾸고 환경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그것은 타자에 대한 일반적인 강요, 배제, 제거 따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타자와 관계 맺음의 방식도 달라진다.”
 『취향』, <당신의 선택은?> 중에서
 
 

“왜곡된 거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멀리하고 싶다. 자신의 존재를 과장하거나,자신의 능력을 부풀리는 것에 그들은 익숙하고, 상대에게도 자신의 왜곡된 존재를 강요하니까. 깨진 거울만 가지고 있는 사람도 부담스럽다. 아무리 너는 괜찮다고 말을 해도 그들은 그 말도 자신의 깨진 거울에 비춰서 받아들이니까. 그 거울에 비친 자신의 깨진 모습만 애처롭게 받아들이니까.”
 『하루의 취향』, <신기한 거울나라> 중에서
 
 

여러분은 가족이나 타인에게 눈치가 보여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한 경험이 없으신가요? 혹시 그런 경험이 있으시다면, 이번 기회에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지나온 날보다 많지 않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마음 가는 대로 계획해 보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독서모임을 하시면서 문화적인 규범 덕분에 마음껏 누리지 못한 취향에 대해 나눠보시길, 서로 경험을 나누면서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3월 28일(화) 저녁 7시 30분, 김민철, 심귀연 두 작가님을 모시고 함께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양현범

사계절출판사에서 책을 알리는 일을 하며,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에서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